강동원 관은 강동원이 극 중 좀비로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한정석 역을 맡은 것을 고려해 영화 ‘반도’의 투자배급사인 NEW가 기획한 마케팅 행사다. 롯데시네마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극장가에 활력을 선사하기 위해 톱스타 강동원을 앞세운 홍보용 상영관을 마련하자는 NEW의 제안에 응했다.
‘이곳은 반도 강동원 관입니다’라고 적힌 간판 아래로 ‘반도’ 포스터 선간판과 군복 입은 강동원 선간판이 놓여있었다. 기념사진을 찍는 아줌마팬 몇 명을 지나 5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실물 크기로 제작된 ‘총 쏘는 강동원’ 선간판들이 일렬로 비치돼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 선간판 몇 개 갖다 놓고 강동원 관이라고 하는 건가?’
실망감은 곧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상영관 좌석에 수십 명의 강동원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미간을 찌푸리고 자세히 보니 수많은 강동원의 정체는 다름 아닌 패널이었다. 좌석 10개당 3~4개꼴로 영화 속 한정석을 재현한 상반신 패널이 놓여있었다. 자연스레 옆 일행과 거리를 둘 수 있어 안심됐다. 패널 속 강동원은 장발에 어깨에는 총을 차고 뚫을 듯한 눈빛을 쏘고 있었다. 강동원‘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황당해하는 기자와 달리,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대부분 여성)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그들은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가짜 강동원에게 바짝 붙어 셀카를 찍고 있었다. 어떤 관객은 실제 강동원을 만난 듯 기쁨의 감탄사를 내뱉기도 했고, 또 어떤 관객은 패널을 꼭 끌어안고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했다. 객석 곳곳에서 휴대폰 카메라 플래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팬 미팅 현장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동원 관의 진짜 묘미는 영화 시작 전 나오는 영상에 있다. 긴급 대피 안내 영상이 나올 때 즈음 청재킷을 입은 강동원이 화면에 깜짝 등장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그를 만나 반가웠다. 강동원은 달콤한 목소리로 “여러분과 영화를 함께 관람하겠다”면서 마스크를 꼭 쓸 것을 당부했다.
마스크를 슬쩍 내려쓰고 있던 기자는 주문에 이끌린 듯 마스크를 코 위로 올려 썼다. 옆에는 패널 강동원이, 눈앞 화면에서는 강동원이 말을 하니 정말 그와 함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동원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오는 29일까지 열려있다. 특히 ‘혼영족(혼자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은 강동원 관에서만 펼쳐지는 이색 팬 미팅을 즐겨보길 추천한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