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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K바이오 ①한미약품] 20년간 R&D에 2조원 투자… 31개 파이프라인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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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K바이오 ①한미약품] 20년간 R&D에 2조원 투자… 31개 파이프라인 확보

창업주 뚝심으로 '혁신 신약개발' 회사로 과감히 변신 '한국형 R&D' 대표 기업
얀센에 기술수출 반환 신약 MSD와 라이선스 계약으로 5년만에 R&D 능력 입증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진단키트를 비롯해 백신‧치료제 개발 등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도 세계속의 바이오 기업으로 뿌리내리려는 'K바이오' 들의 지난한 '성장스토리' 과정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미약품은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며 '한국형 R&D' 강자로 자리,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한미약품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한미약품은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며 '한국형 R&D' 강자로 자리,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한미약품그룹


'한국형 R&D'의 강자 한미약품그룹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신약개발과 연구개발(R&D)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회사다. 굵직한 기술수출로 국내 대표 신약개발 기업으로 자리한 한미약품은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체질 개선'으로 결실 맺은 R&D 투자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이 1973년 세운 한미약품그룹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영업 중심의 중견 제약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R&D에 집중하며 국내 톱 제약사로 올라섰다.
임 전 회장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영업망을 5배 늘리는 전략으로 10권에 맴돌던 회사를 2006년 연매출 2위로 만들었다. 이후 임 전 회장은 영업만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R&D에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2010년부터 연간 1000억 원 이상, 연매출의 20%에 육박하는 금액을 R&D에 쏟았다.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는 R&D 투자 기록을 세웠고, 최근 20년간 R&D에 투자한 누적액은 2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인 2097억 원을 신약개발에 투입했다. 이는 전체 매출 1조 1136억 원의 18.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올 2분기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한미약품의 R&D 비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9% 늘어난 483억 원(매출 대비 19.8%)으로 집계됐다.

이런 노력은 결국 성과로 돌아왔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개량신약 '아모디핀'과 복합신약 '아모잘탄'을 선보이는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영업 중심에서 신약개발 회사로 체질을 바꿨다. 특히 31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면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것은 물론 상용화에도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2015년에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역사를 다시 쓰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한 해 동안 글로벌 제약사들과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여기에 총 7조5000억 원 이상의 계약 규모로 한미약품은 한국 신약 기술수출과 R&D의 '1인자'로 자리하게 됐다.

한미약품은 독자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사진=한미약품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한미약품은 독자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사진=한미약품그룹

◇ 한미약품, 새 시대를 이끌 리더를 꿈꾼다


한미약품은 독자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과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중이다.

현재 한미약품 R&D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체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플랫폼 '랩스커버리'와 차세대 이중항체 플랫폼 '펜탐바디' 등이다. 그중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호중구 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는 올 하반기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개발해 2012년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이전한 바이오신약이다. 약효와 투약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려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며 현재 미국 식품의약처(FDA) 시판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미약품은 2015년 얀센에 기술수출 후 반환된 신약과 관련해 MSD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다시 한 번 R&D 능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 주인공은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HM12525A)'다.

얀센은 비만‧당뇨 치료제로 이 물질을 개발하다 2상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으나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해 권리를 한미약품 돌려줬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이 과정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이 후보물질을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했다. MSD와 체결한 계약은 NASH 치료제의 개발‧제조‧상용화로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이 후보물질의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비알코올성지방간염만을 치료하는 의약품이 아직 없어 이 후보물질의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이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한미약품의 R&D 역량을 결집하고 경쟁력 있는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새 시대를 주도하는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대를 잇는 혁신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사진=한미약품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대를 잇는 혁신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사진=한미약품그룹
◇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혁신 없다면 성장도 멈춘다…R&D,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진출 속도"

한미약품그룹을 이끌던 고(故) 임성기 전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타계하면서 그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그룹 경영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이 임 전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가현문화재단 이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지만 임 대표는 2016년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를 맡으며 일찌감치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임 대표는 북경한미약품 사장과 한미약품 사업개발(BD) 부문 총괄사장 등을 맡으며 그룹의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 해왔다. 앞으로도 대를 이어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R&D)과 오픈 이노베이션에 집중,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임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6대 비전을 제시했다. '싸이디오 시그마'라는 줄임말로 이름 붙여진 비전은 '교육' '디지털' '경구용' '도시' '친환경' '해양'의 주제어를 함축하고 있다.

임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혁신이 없다면 성장도 멈춘다. 싸이디오 시그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우리의 목표와 약속"이라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