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는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는 말은 라면업계에도 적용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코로나19 가 급속도로 확산한 2~3월부터 국내 라면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했으며, 야외활동이 줄면서 집에서 끓여 먹는 봉지라면의 판매가 늘었다. 이런 특수에 라면시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보였다.
◇상반기 라면시장 1조 1300억 원 사상 최대
올 상반기 국내 라면시장은 전년 대비 7.2%가 늘어난 약 1조 1300억 원 규모를 보이며, 반기 실적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온라인에서 라면을 주문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라면은 제품 특성상 주로 대형마트나 집 근처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구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쇼핑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온라인 라면 판매도 증가했다.
농심에 따르면 출고 기준 올해 상반기 국내 라면 매출 중 온라인 채널에 판매한 매출은 약 4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셜커머스에서부터 오픈마켓까지 국내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골고루 매출이 늘었다.
진라면을 판매하는 오뚜기도 봉지 라면이 전년 대비 15% 이상, 용기 라면이 32% 이상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위기를 겪으면서 시장은 안정을 택했다. 라면을 비롯해 즉석밥, 참치, 가정간편식(HMR) 등 각 분야 대표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라면시장 매출 상위 제품은 ▲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 ▲진라면 매운맛 ▲비빔면 등이다. 소비자들은 맛과 품질이 검증된 시장 대표 브랜드를 선택했고, 유통채널에서도 인기 제품 위주의 주문이 이어졌다. 특히 신라면, 짜파게티, 안성탕면은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농심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나 재해 등 위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신제품보다 이미 검증된 인기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소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표 브랜드의 고성장 이유를 설명했다.
◇봉지면 늘고, 용기면 줄고
라면시장에서 용기면 수요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2016 년 33.2%에서 지난해엔 37.5%까지 비중이 늘었다. 1인 가구가 늘고 편의점 이용이 보편화된 소비 환경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다. 재택근무, 개학 연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야외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상반기 라면시장 용기면 매출 비중은 34.3%로 떨어졌다.
집에서 생활하는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라면 소비도 봉지면으로 집중됐다. 봉지면은 용기면 대비 저렴한 가격에 양이 많고, 집에서 식사 대용으로 끓여 먹을 수 있어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찾는 비상식량으로 평가받아 소비가 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뚜기 관계자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에 늘어나면서 이른바 '홈쿡'이 일상화됐고, 라면도 간식의 개념에서 벗어나 식사나 요리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한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며 이른바 '라면 사재기' 현상도 겹쳐 라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