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개척자'에서 바이오의약품시장 '선구자'로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2년 설립된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라는 용어조차 낯선 이때부터 오직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만 매달려왔다. 20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셀트리온은 '개척자'에서 '선구자'로 역할을 바꾸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왔다.
셀트리온이 전 세계의 이목을 처음으로 집중시킨 것은 2013년이다. 셀트리온은 10년의 연구 끝에 얀센 '레미케이드'의 복제의약품인 램시마를 개발,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를 획득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출시 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더 속도를 붙였다. 로슈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는 2017년 EMA, 2018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가를 받았다. 세 번째 제품인 '허쥬마'는 역시 로슈가 개발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 2018년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 이 제품들을 포함해 셀트리온은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총 7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짧은 시간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라는 '바이오시밀러 3총사'를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례로 헬스케어 빅데이터 기업 아이큐비아(IQVIA)의 자료를 보면 이 3개 제품의 올 1분기 유럽 시장 점유율은 램시마가 57%, 트룩시마가 40%, 허쥬마가 19%다.
매출 역시 크게 늘며 셀트리온은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자리했다. 셀트리온은 올 상반기 전년(4566억 원) 대비 75.5% 증가한 801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0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07억 원보다 87.9% 늘었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이끌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후속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힘을 내고 있다.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CT-P17'은 현재 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과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그리고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등의 임상연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셀트리온은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를 허가받고 올해 초 판매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영국 바이오기업 인트랙트파마와 손잡고 램시마를 알약 형태로 만들기 위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 글로벌 시장 주도 위한 경쟁력 강화 박차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자리한 셀트리온의 최종 목표는 종합 제약바이오회사다. 통 큰 M&A와 적극적인 R&D로 종합제약사로의 면모를 갖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목표를 설정한 셀트리온은 올 상반기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지난 6월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규모 2위로 기록될 M&A를 성사시켰다. 아시아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라이머리 케어 사업을 인수, 한국을 비롯한 9개 시장에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상표·판매 권리를 확보했다.
여기에 꾸준한 R&D를 위한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R&D 비용으로만 3031억 원을 투자했다. 매출 1조 1285억 원 가운데 26.9%에 달하는 수준이며 상위 500대 기업 중에서도 R&D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인천시와 인천 송도에 20만 ℓ 규모의 제3공장을 2023년 착공하기로 협약을 맺기도 했다.
특히 현재는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코로나19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의 1상 임상시험을 우리나라와 영국에서 동시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국내 진단키트 업체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샘피뉴트'와 '디아트러스트' 등 총 2종을 미국에서 출시했다.
이와 함께 셀트리온은 내부적으로도 종합 헬스케어그룹으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 의약품을 개발 중인 셀트리온과 판매·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케미칼의약품을 생산하는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것. 셀트리온은 주주들의 동의를 거쳐 내년 중 3사의 지분을 통합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유통 직접판매 체계 구축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유럽이나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유통망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와 유통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셀트리온은 파트너십 대신 직접판매로 유통 수수료를 3분의 1로 줄이고 영업이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와 불확실성에도 올 상반기 매출과 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성장했다. 후속 제품 개발,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사업,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 미래 성장동력 마련과 함께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사를 바꾼 '서정진'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실업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간판이 된 인물로 '뚝심' 하나로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서 회장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와 건국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전기와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1992년에는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게 스카웃 돼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최연소 임원이 됐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대우 신화'가 무너지자 그는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서 회장은 대우차 출신 동료 10여 명과 함께 2000년 인천 연수구청 벤처센터에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바이오텍을 창업했다. 이후 넥솔바이오텍과 미국 백스젠과 합작법인인 셀트리온을 설립,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몰두했다.
서 회장은 2005년 인천 송도에 2400억 원을 투자해 5만 ℓ 생산 규모의 제1공장을 준공한 후 다양한 투자를 이끌어내며 램시마와 허쥬마의 임상연구에 집중했다. 결국 이런 노력으로 램시마를 비롯한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와 성공을 이끌어냈다.
올해 서 회장은 코로나19 극복과 셀트리온의 미래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말 셀트리온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수차례 입장을 표명한 만큼 법률과 세무 검토를 거쳐 올해 중 셀트리온 계열3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램시마를 비롯한 바이오시밀러와 합성의약품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계열 3사 합병으로 명실공히 종합제약사로 변신을 끝내겠다.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회사로 올라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