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10일 2021년도 정기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허민회 CJ ENM의 E&M 부문 대표가 CJ CGV(이하 CGV) 대표로 발령을 받아 눈길을 끈다.
CGV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44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2990억 원을 기록했다. 최병환 CGV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2년 3월로 많이 남아있지만, 인적 쇄신 차원의 인사가 이뤄졌다.
허 신임 대표가 맡아온 CJ ENM의 경우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순위조작 사건으로 후폭풍을 겪었다. 관련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타격에 실적도 부진했다. 올해 3분기까지 CJ EMN의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2% 감소한 1842억 원, 매출액은 31% 감소한 2조 4469억 원에 그쳤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허민회 CJ ENM 대표의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결국 허 대표는 오는 14일부터 CJ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CGV로 일터를 옮기게 됐다. 이는 그가 2013년 이재현 회장이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됐을 때 CJ그룹의 경영총괄을 맡을 정도로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한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 신임 대표는 1962년생으로 부산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MBA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6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지금까지 30년 이상 CJ그룹에 몸담아 온 ‘CJ맨’이다.
CJ제일제당에서는 인사부, 경리파트, 자금파트를 거쳤으며 1997년 10월부터 2008년 9월까지 CJ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했다. 2008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 CJ헬로비전 경영지원실장, 2010년 8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CJ주식회사 사업팀장, 2012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CJ푸드빌 대표이사와 운영총괄을 지냈다.
2013년 11월부터 1년간 CJ주식회사 경영총괄을 맡았고 2014년 12월부터 1년간 CJ올리브네트웍스 총괄대표 겸 미래경영연구원장을 역임했다. 2016년 1월부터 4월까지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을 지낸 후 2016년 5월 CJ오쇼핑 대표에 선임됐고, 2018년 7월 CJ E&M과 CJ오쇼핑이 합병한 CJ ENM이 출범하면서 이 회사 E&M 부문 대표로 일해 왔다.
특히 대부분의 이력이 ‘구조조정’과 ‘사업 정상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이 특이하다. CJ푸드빌의 대표로 일했을 당시 직원과 매장 구조조정으로 성과를 냈고, CJ오쇼핑에서의 이력도 CJ헬로 매각, 프로그램 신설에 집중됐다.
허 신임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연 ‘CGV의 자금난 극복’으로 볼 수 있다. CGV는 코로나19로 수요기반이 크게 위축되는 등 사업 안정성이 저하됐고, 자본확충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재무 안정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이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CGV의 신용등급을 A-로 떨어뜨렸다. 여기에 OTT 확산으로 극장 플랫폼 자체의 한계도 직면한 상황이라 ‘CJ그룹 소방수’ 허 대표가 어떤 구상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