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가 발표한 주요 부처 주간 일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8일 오전 전력정책심의회를 열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오는 2034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계획을 담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당초 예정보다 1년 늦게 최종 확정을 앞두게 됐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2년 주기로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장기 수요전망, 수요관리 목표, 발전과 송배전 설비계획, 온실가스·미세먼지 감축방안 등을 담고 있으며, 지난 2017년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이후 지난해 말 수립돼야 했으나 1년간 수립이 지연됐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발표자 등 관계자들만 입장한 가운데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 분과별 발표자들은 지난 제8차 계획에 비해 석탄발전 폐지를 더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중간목표를 상향조정한 9차 계획 정부안을 발표했다.
8차 계획은 2032년까지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쇄하기로 했으나, 9차 계획은 20기를 추가해 2034년까지 총 30기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다. 폐쇄되는 30기 중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전환된다.
또한, 2030년 전체 발전량 중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8차 계획을 유지하되, 2025년 중간목표를 8차 계획보다 상향조정했다.
이밖에, 원전은 신규건설과 수명연장을 금지해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8차 계획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써 전체 발전원 중 석탄발전설비는 올해 총 35.8기가와트(GW)에서 2034년 29.0GW로 줄고, 원전은 23.3GW에서 19.4GW로 줄어든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올해 총 20.1GW에서 2034년 77.8GW로 늘고, LNG 발전은 41.3GW에서 59.1GW로 늘어난다.
특히,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 7기는 예정대로 완공하되, 8차 계획에서 배제됐던 신한울 3·4호기 원전은 이번 9차 계획에서도 배제됐다.
이로 인해 방청객 입장이 제한돼 사전에 서면으로 접수된 질의 중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자문기구인 워킹그룹 총괄분과위원장이자 이번 공청회 좌장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정책학과)는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친환경적인 것은 맞지만,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이 존재해 근본적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청회 패널로 참석한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정책 등을 검토해 불확실성이 있는 발전설비는 부득이 공급물량에서 제외했다"고 말해 신한울 3·4호기를 수급계획에서 배제한 이유가 정부 정책에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현재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도 건설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서면 질문에 대해 임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 인허가 금지 등 강력한 규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신규 추진 중인 석탄발전을 사업자의 자발적 의사 없이 중단하기 어렵다"고 말해 신한울 3·4호기 원전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산업계 노동조합 연합인 원자력노동조합연대는 이날 오후 공청회장 밖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에너지정책 공론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원자력노동조합연대 관계자는 "부지와 사업자가 확정된 신한울 3·4호기는 배제한 반면, 부지 확보도 못하고 시행자도 불확실한 재생에너지 계획을 포함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관계자는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을 LNG로 대체하고 있지만 향후 추가적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증설된 LNG발전 또한 순차적으로 폐지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재생에너지 증설 계획에 따른 비용이 산정되지 않아 향후 전력요금 인상폭을 가늠할 수 없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증설 계획에 따른 직접 비용과 부대비용을 정량화해 공개하고,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대로 추진될 경우 전기요금이 얼마나 되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