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홈플러스 측은 “오전에 이사진과 진행한 화상회의에서 임 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퇴임하겠다고 알렸다. 2021년 경영 전략은 각 부문장의 주도하에 이미 짜여있다.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홈플러스는 각 부문장이 진두지휘하는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임 날짜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그 시기를 이달 중순경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사업전략에 대한 최종 승인일에 맞춰 조정한 것이다.
1964년생인 임 사장은 2015년 11월 재무부문장(CFO, 부사장)으로 홈플러스와 인연을 맺었으며, 2년 뒤인 2017년 5월 경영지원부문장(COO, 수석부사장)을 거쳐 같은 해 10월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승진했다.
임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포함한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오너가(家)를 제외한 인물 중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깬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녀는 홈플러스를 ‘전체 임직원 중 99%가 정규직인 기업’으로 일궈냈다. CEO로 임명된 지 2년 만인 2019년 7월, 당시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 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춰 사람중심의 고용문화를 주도했다.
당시 직원들과의 상생을 중요시하는 임 사장의 뜻에 따라 대형마트업계 최초로 별도의 자회사 설립이나 직군을 신설하지 않고, 조건 없이 기존 정규직 직급인 ‘선임’으로 발령했다. 해당 조치 이후, 홈플러스의 전체 임직원 2만 3000여 명 중 정규직 비중은 99%(2만 2900명)를, 비정규직(단기계약직) 근로자는 1%(228명)를 기록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임 사장은 CEO 재임 동안 오프라인 대형마트 중심의 홈플러스를 온라인과 융합된 ‘올라인(All-Line) 미래유통기업’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의 장점을 결합한 효율화 모델 ‘홈플러스 스페셜’ 점포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으며, 대형마트 내 입점한 테넌트를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몰 ‘코너스’로 변신시켰다. 이와 함께 근린 포맷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신선식품과 간편식, 먹거리 중심의 고객친화 포맷으로 재탄생했다.
또 오프라인 전 점포를 온라인 물류거점으로 전략화했으며, 온라인 수요가 높은 일부 지역에는 오프라인 점포 내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풀필먼트 센터(Fulfilment Center)’를 조성하며 몰려드는 온라인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했다.
임 사장은 방향성뿐만 아니라, 미래 유통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도 현격한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거버넌스(Governance)와 윤리적 준거 지표를 끌어올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사업 투명성을 확보했다. 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신선식품에 대한 질적 향상과 유지, 글로벌 소싱에 기반한 PB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유통경영에 박차를 가하고자 전방위적인 데이터 인프라를 3년에 걸쳐 구축한 것도 그녀가 이룬 성과다.
홈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임 사장은 유통사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깊고 전략과 실행에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서 홈플러스를 미래 유통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면서 “CEO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2021년 전반적인 사업전략과 방향까지 완성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현재 신임 대표(사장)을 맡을 인물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후보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