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대형마트 본연의 경쟁력을 살리는 영업 방식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감소했던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2372억 원으로 2019년(1507억 원) 대비 57.4%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3625억 원으로 2019년 보다 62% 증가했다.
'깜짝' 호실적에 이날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영업이익) 30%(대규모법인 15%)이상 변경’ 공시도 이뤄졌다.
이마트는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변경 주요 원인에 대해 2020년 할인점(대형마트) 기존 점포의 매출액이 2019년 대비 1.4%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할인점 신장률이 플러스 전환한 건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실제로 이마트의 지난해 별도매출은 14조 2138억 원으로 2019년 대비 1.4% 늘었다. 영업이익은 17% 증가한 2950억 원, 당기순이익은 93% 늘어난 5607억 원이다.
강희석 대표는 지난해 ‘오프라인 체험형 요소’ 강화 전략으로 이마트를 이끌었다. 경쟁사들이 연이은 폐점을 단행하며 군살 빼기에 나선 것과 달리 고객의 발걸음을 매장으로 이끄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여기에는 이마트의 경쟁상대로 테마파크와 프로야구를 언급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영향도 작용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월계점, 신도림점 등 총 9개의 기존점을 전관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는 그로서리 경쟁력 강화와 비식품 매장 혁신을 이뤄냈고, 테넌트의 비중을 높였다.
매장 개편 이유에 대해 이마트 측은 "강 대표는 신년사에서도 언급했듯 고객 중심 경영을 일번 화두로 삼고 그 부분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마트타운 월계점에는 매 시간 만화영화를 상영하는 '키즈존'과 230평 규모의 서점 '아크앤북'이 자리잡고 있다.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중순 다시 문을 연 양산점의 경우, 수산물 빙장매대를 확대하고 축산물 소분실에 통유리를 설치해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체험형 가전 매장인 일렉트로마트도 들어섰다. 이같은 변화는 전체 기존점 매출이 신장세로 돌아선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은 창고형 마트 트레이더스의 연 매출은 코로나19 특수로 2019년 대비 23.9%나 늘었다. 2019년(22%)에 이은 두 자릿수 성장률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외식이 어려워지자 ‘집밥’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쓱닷컴(SSG닷컴)도 비대면 추세에 힘입어 두 자릿수 성장을 일궜다. 매출은 매 분기 35~40%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분기 197억 원, 2분기 137억 원, 3분기 31억 원으로 점차 줄었다.
이마트는 이날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539억 2836만 원으로 시가 배당율은 1.33%다. 이달 중순에는 연결 자회사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고객 중심 경영을 강화한 이마트와 쓱닷컴, 신세계TV쇼핑 등 연결 자회사들의 고른 성장을 바탕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신장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최근 쓱닷컴의 물류역량을 보완하고 강화하기 위해 이마트의 오프라인 점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트레이더스 연산점 가오픈 둘째 날 '쓱 라이브' 방송을 벌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협업해 라이브커머스를 한 것은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오프라인 자원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등 앞으로도 협업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에서 비식품 매장을 줄여서 만든 물류공간인 피킹앤패킹(PP)센터를 115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공간을 쓱닷컴의 물류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 피킹앤패킹센터는 담당직원이 쓱닷컴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선별해 장을 보고 포장,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쓱닷컴 주문의 40%를 처리하고 있다. 강 대표는 증가하는 쓱닷컴의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 매장을 매장형 물류센터(EOS)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마트가 올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마트의 턴어라운드를 이끈 강 대표가 쓱닷컴을 함께 이끌게 되면서 본격적인 온·오프라인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