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에서 일반명사가 된 '호빵'
호빵이 처음부터 일반명사인 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호빵은 SPC삼립이 내놓은 찐빵의 상품명이다. 호빵이란 이름은 '호호 불어서 먹는 빵'이라는 뜻을 담았다.
SPC삼립이 1971년 10월 신제품 '호빵'을 내놓은 뒤 시장의 반응은 대단했다. 노릇노릇 구워진 빵에만 익숙하던 소비자들에게 하얗고 말랑하며 따끈한 빵에 달콤한 단팥이 들어 있는 호빵은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 것이다.
출시하자마자 파죽지세로 인기 상승 가도를 달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SPC삼립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호빵 성수기인 한겨울 3개월만 따지면 전체 매출의 절반에 이르렀다. 겨울철 국민 간식으로 떠오르면서 이 제품군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됐다.
◇빵의 비수기를 '호빵'의 성수기로
약 1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호빵은 겨울철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국내 1호 겨울철 빵이었다. 빵의 비수기인 겨울철에 대리점의 수익을 창출해주기 위한 허창성 명예회장의 '상생경영' 정신이 담긴 제품이기도 했다.
1봉에 5개가 들어가 있던 삼립호빵은 처음엔 구매 후 가정에서 쪄먹는 제품으로 출시됐다. 출시 이듬해인 1972년 1월 1일, SPC삼립은 호빵 판매용 찜통을 만들어 소매점에 배포했다. 판매 확산을 위해 제작된 호빵 찜통은 별도의 문이 따로 없는 알루미늄 재질의 원통형 찜통이었다. 그래서 원통 자체를 들어야만 호빵을 꺼낼 수 있었다. 이런 판촉장비의 지원은 당시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독창적인 발상이었다.
처음에는 단팥호빵 하나의 제품으로 출발했지만, 야채·김치 등의 새로운 제품을 속속 개발하면서 시판 50년 후인 오늘날에도 겨울빵의 대명사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9년까지 삼립호빵의 누적판매량은 60억 개를 돌파, 연평균 약 1억 3000만 개가 팔렸다. 이는 매년 겨울철 국민 1인당 호빵을 2.6개씩 먹은 셈이다.
◇옛것은 지키고 새로움을 입힌다
최근 SPC삼립의 호빵은 식생활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어 계속 진화 중이다. 전통적인 단팥과 야채 호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구마, 꿀씨앗, 불닭 등의 다양한 맛으로 진화하고 있다. 삼립은 50년 동안 축적한 기술 노하우로 SPC그룹 특허 토종 유산균과 우리 쌀에서 추출한 성분을 혼합해 개발한 '발효미(米)종'을 호빵 전 제품에 적용해 호빵의 쫀득하고 촉촉한 식감을 강화하고 풍미를 높였다.
최근에는 50주년 한정판 제품으로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이천쌀 호빵' '공주밤 호빵' 등을 개발해 선보였다. 코로나19, 장마와 태풍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가들을 지원하고 상생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제품 이외에도 '삼립호빵 가습기', 호빵 찜기 모양의 미니 찜기 '호찜이' 등 한정판 굿즈를 매년 출시하며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SPC삼립은 이러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 전년 대비 매출이 약 15% 상승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굿즈로 선보인 호찜이의 인기가 온라인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10월 초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선보인 호찜이와 호빵 세트는 출시 1시간 만에 준비된 수량 2만여 개가 모두 판매되기도 했다. 2020년 11월 온라인 채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증가했다.
50년 동안 메뉴는 다양해져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다. 호빵을 상징하는 크기와 중량이다. 1971년부터 출시한 단팥호빵과 야채호빵은 현재까지도 같은 크기로 90~95g을 유지하며 맛을 지켜오고 있다.
SPC삼립 관계자는 "삼립호빵이 겨울철 간식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은 맛과 품질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가 조화됐기 때문이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개발과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