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는 출시 이후 55년 동안 103만t, 8억 9069만 개 생산됐다. 이는 5t 트럭 20만 6000대 분량으로, 제품 용기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서울~부산(416㎞)을 283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며 지구(지구 둘레 약 4만 ㎞)를 6번 회전하는 거리에 해당한다.
◇ 전성기는 1960년대…'에이퐁'도 이겼다
1960년대 중반, 트리오의 탄생은 설거지라는 가사 활동과 함께 주방 문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트리오는 적은 양으로도 풍성한 거품을 내고 그릇의 기름때를 손쉽게 없애면서 기존 설거지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과거 그릇을 씻을 때 짚으로 엮은 수세미나 고운 모래로 설거지하던 방식은 트리오의 탄생과 함께 효과적이고 위생적으로 진화했다.
트리오는 출하와 동시에 주부들의 호평을 받아 당시 경쟁 업체인 락희화학의 ‘에이퐁’을 압도하며 시장 점유율을 70%~90%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1960년대 말에는 과일이나 야채를 반드시 씻어 먹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며 국민건강에 신기원을 이뤘다.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트리오를 우수 추천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 꾸준한 혁신과 품질개선으로 명성 유지
트리오 출시로 국내에 주방세제 상품군이 탄생한 이후 후발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주방세제 시장은 세분되기 시작했다.
트리오는 주방세제의 원조답게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추세를 반영한 제품혁신과 품질개선으로 전통을 유지하며 주방세제 시장을 선도했다.
2008년에는 웰빙 트렌드와 불황기 마케팅의 일환으로, 프리미엄 기능에 가격은 합리적인 ‘실속형 마일드’ 주방세제 ‘트리오 곡물설거지’를 출시했다.
여기에 외부환경으로부터 주방위생을 고민하는 소비자 심리를 반영해 ‘트리오 항균설거지 피톤치드’, ‘트리오 홍초설거지’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한 주방세제를 선보였다.
자연유래 세정성분과 위생 청결에 대한 수요를 반영해 ‘트리오 베이킹소다를 담은 주방세제’, ‘트리오 천일염을 담은 주방세제’ 등을 잇달아 개발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트리오 50주년 기념작인 ‘트리오 투명한 생각’을 내놨다. 이 제품은 트리오가 꾸준히 지켜온 ‘진정성’과 ‘투명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제품기능과 연결한 주방세제로 전 성분을 제품 정면에 표기한 것이 특징이다.
2018년에는 우리나라 전통 방식인 발효의 지혜를 담은 ‘트리오 발효 설거지’가 출시됐다. ▲맑은술 설거지 ▲발효초 설거지 ▲곡물 설거지 등 총 3종으로 마련된 트리오 발효 설거지는 청주, 발효초, 누룩발효 등 전통적 방식인 발효의 지혜를 담아 잡내‧악취‧기름기 제거 등의 기능을 살린 제품이다.
이 제품은 항아리, 술병에서 모티브를 얻은 용기 모양과 함유 성분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일러스트 이미지를 디자인에 담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9’의 패키징 부문에서 수상했다.
트리오 출시 55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레트로 감성의 ‘트리오 레트로’가 소비자들을 만났다.
◇ 故 이주일도 사랑한 ‘국민’ 주방세제
트리오는 주방세제로는 이례적으로 다양한 스타와 함께 광고에 등장했다.
1985년 TV 광고에 모델로 등장한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은 “당신 뭐로 머리 감았어요?”라는 아내의 물음에 “트리오로 감았지, 왜?”라며 주방세제로 머리를 감는 우스갯소리로 트리오의 세척력을 증명했다.
이보다 앞선 1978년에는 배우 고(故) 남성훈이 광고에서 당시 가부장적인 시대 흐름에서 벗어나 요리와 설거지로 아내의 가사를 돕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표현했다.
1992년 트리오 광고에는 배우 양미경과 이재은이 출연했다. 당시 12세였던 이재은은 방금 설거지를 마친 엄마의 손을 어루만지며 “엄마 손 참 부드럽다”며 “엄마는 좋겠다”라고 말해 피부까지 생각하는 트리오의 제품력을 알렸다.
2016년에는 트리오 50주년을 맞아 ‘트리오 50년 사랑’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광고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월이 흐르고, 주방환경과 식생활이 변해도 한결같이 같은 자리를 지켜온 트리오의 역사가 우리나라 주방 문화의 역사와 동일 선상에 있었다는 메시지를 표현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단순히 최초의 주방세제로 남는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잃지 않고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트리오의 성공 요인이자 지향하는 방향성이다”라면서 “혁신과 도전으로 100년 후에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