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갈등의 쟁점은 ‘콘텐츠의 가치’에 있다. 영상이나 음원 콘텐츠는 모두 눈에 보이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자산이다. 예를 들어 영화표 값은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 상영관 안에 있을 권리에 대한 비용이다. 콘서트 표 역시 공연장에서 일정 시간 동안 음악을 듣고 퍼포먼스를 볼 권리에 대한 비용이다.
영화나 콘서트라면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일은 수월하다. 그러나 OTT와 IPTV의 시대에 이르러 창작물의 가치는 도전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구현해낸 SVOD 플랫폼은 1만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수많은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창작물에 대한 가치가 그동안 고평가된 것과 같은 착시현상을 갖게 한다.
OTT와 IPTV, 음원 플랫폼은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는 콘텐츠의 가치를 저평가되게 만든다.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는 아니다.
과거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듣던 시절에는 레코드판에 스크래치가 생길까 조심스럽게 다뤘다. 음악을 듣고 나면 조심스레 레코드판을 꺼내 마른걸레로 잘 닦은 후 케이스 안에 집어넣어 보관했다. 보고 싶은 방송이 있다면 신문의 편성표에 표시하고 방송시간을 기다렸다가 비디오레코더로 녹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VOD를 구매하거나 정액제로 이용 중인 서비스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
턴테이블과 비디오가 사라지고 코로나19 이후 영화 상영의 중심도 극장에서 이동하고 있는 시대에는 콘텐츠의 가치는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 CJ ENM과 IPTV 3사의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 대가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며 온전히 창작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대가여야 한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