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쇼핑 경험 차별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 움직임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메타버스란 초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라는 뜻이다.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이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놀이·업무를 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양방향으로 연동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SNS 속 자신을 현실에서처럼 중시하는 것도 일종의 메타버스 문화에 해당한다.
◇ 새로운 쇼핑 '경험'을 찾아서
코로나19 시대의 개막 이후, 유통업계는 고객이 ‘새롭다’고 느낄만한 콘텐츠에 도전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이랜드리테일은 ‘부캐’ 트렌드에서 영감을 받아 ‘도진아’라는 인물을 만들고 이색적으로 NC신구로점을 알려 왔다. 고객들은 도진아씨가 올린 SNS 게시물을 보며 백화점의 소식을 공유받는다.
지난 2월 초 신세계면세점은 가상의 마케팅 담당자로 ‘심삿갖’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심삿갖은 조선시대 명례방(현재 명동)에서 상단을 운영 중 우연히 시간여행을 한 거상(巨商)으로, 신세계면세점의 홍보 담당자로 취직해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의 운영을 맡게 된 설정을 안고 있다. 이는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젊은 층의 ‘세계관 마케팅’을 적용한 것으로, 메타버스와도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심삿갖은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 ‘고고챌린지’에 참여하는 등 신세계면세점을 대신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백화점‧가구 업계의 경우 가상현실(VR)을 활용해 리빙 부문에서 고객 체험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 5월 14일부터 30일까지 VR로 매장을 둘러볼 수 있는 ‘VR 판교랜드'를 운영했다. VR 판교랜드는 VR 기술을 적용한 가상의 백화점이다. 어디서든 휴대폰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지하 1층부터 10층까지 50여 곳을 360도 구경할 수 있다.
이렇듯 가상 캐릭터‧현실을 만들어 마케팅을 하는 추세에 방점을 찍은 것이 바로 CU다. BGF리테일은 가상현실 편의점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 위해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서비스하는 네이버제트와 지난 5월 말 제휴를 맺었다.
오는 8월 제페토 맵에 개점할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은 한강을 바라보며 CU의 인기 상품을 즐길 수 있는 루프탑 편의점이다. 제페토 사용자들은 편의점 루프탑에 조성된 테라스에서 GET 커피, 델라페 등 CU의 차별화 상품들을 즐기며 별도로 마련된 파라솔, 테이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과 배달, 콘텐츠 중심의 플랫폼에서 진화해 메타버스는 삶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이다”라면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기업, 또 이를 지원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기업들은 향후 20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메타버스 성장기에 상당한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 日이세탄‧美아마존… 해외에서 답을 찾다
국내 유통업계의 변화를 이끈 데는 해외 유통업계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미 일본에서는 메타버스 쇼핑 서비스를 다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세탄백화점은 지난 3월 'Rev Worlds'라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주쿠점에서 새로운 쇼핑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을 가상 세계에서 경험한 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신주쿠점 1층과 지하 1층 매장을 그대로 가상 세계에 옮겨놔 해외 고객들도 백화점에 방문해 쇼핑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미국의 아마존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085억 2000만 달러(약 122조 4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성장했다. 아마존의 폭발적인 상승세의 비결은 ‘혁신’이다.
아마존은 오랜 시간 물류와 데이터에 투자해 배송 혁신을 이뤘다. 아마존은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고, 빅데이터를 통해 어떤 물건이 어느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지 분석했다. 이에 당일 배송에 속도를 높였고, 드론 배송까지 연구하고 있다.
아마존의 기술은 비대면 서비스 시대에서 더욱 빛났다. 아마존은 올해 2월부터 고객의 전신사진 데이터를 이용해 맞춤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옷을 입은 채 찍은 정면, 측면 사진을 입력하면 이 사진으로 이용자의 신체 조건을 측정해 맞춤 티셔츠를 제작해준다.
멤버십 서비스도 쇼핑 경험에 한 축이다. 아마존이 운영하는 프라임 멤버십은 회원이 2억 명이 넘는다. 아마존 멤버십은 무료 배송, 빠른 배송, 할인 혜택, 뮤직·도서, OTT서비스 등을 제공하면서 회원을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최근 OTT 서비스 강화를 위해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아마존 멤버십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라면서 "쿠팡이 쿠팡플레이를 내놓고, 네이버가 멤버십에 티빙 사용권을 추가한 것처럼 콘텐츠를 통한 차별화된 경험 제공을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