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MMORPG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엔씨소프트(이하 NC) '리니지'였다. 당시 리니지를 필두로 한 MMORPG들은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협력하거나 경쟁해 강력한 힘을 가진 ‘주인공’이 되는 과정을 담아 이용자들을 끌어들였고, 곧 MMORPG가 한국 게임 업계 주류 장르로 떠올랐다.
세월이 흘러 MMORPG를 즐기던 청년층이 장년층으로 성장하며 PC로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해 모바일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이에 게임사들은 구매력 높은 장년층을 모으기 위해 모바일 MMORPG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검은사막 모바일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이 2018년 ▲리니지2M ▲V4가 2019년 ▲바람의 나라: 연 ▲R2M이 지난해 ▲데카론M ▲트릭스터M ▲제2의 나라가 올해 출시되는 등 모바일 MMORPG는 꾸준히 흥행하고 있다.
PC MMORPG가 그랬던 것처럼 모바일 MMORPG도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수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개발비용이 필요하며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는 PC MMORPG의 고질적인 약점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과거 펄 어비스 '검은사막'은 200억원, XL게임즈 '아키에이지'는 300억원을 개발비로 투자했다. 모바일게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니지2M은 400억원, V4는 200억원을 넘는 개발비를 소모했다. 이렇게 큰 돈을 들이고도 실패한다면 개발사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모 아니면 도'인 셈이다.
운영 난이도가 높다는 것도 문제다. MMORPG는 캐릭터 성장을 위한 장비, 던전, 몬스터 뿐 아니라 퀘스트, 레이드 보스, 스토리라인 등을 세계관에 맞춰 설계하고, 이용자들끼리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길드, 공성전, PvP, PvE 등의 콘텐츠를 유저에게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이용자의 저변이 좁아졌다는 모바일 MMORPG만의 약점도 있다. 과거 PC방 인기순위 최상위권을 차지했던 MMORPG들과 달리 모바일 MMORPG들은 대부분 인기 순위 100위권 밖에 있다. 장기간 모바일 매출 순위 톱을 오랜기간 지키고 있는 리니지M, 리니지2M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인기 순위에서 고전하는 다른 모바일 MMORPG들과 달리 넷마블이 10일 출시한 '제2의 나라'는 22일까지 10위 자리를 지키며 다른 MMORPG들에 비해 꽤 오랜기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IGA웍스는 제2의 나라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20대(33.1%)이고, 성별 비중에서 여성이 44.2%를 차지한다고 12일 발표했다. 게임업계는 제2의 나라가 지브리 그림체·이마젠(펫) 등 캐주얼 요소로 젊은 계층, 여성들을 끌어들인 것이 높은 인기의 비결이라고 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제2의 나라 이후로 '오딘: 발할라 라이징', '블레이드 앤 소울 2'도 무난히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발 비용과 운영 난이도라는 약점이 있으나 그만큼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이 모바일 MMORPG"라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쥔 장년층을 위한 새로운 장르가 나오지 않는 한 MMORPG의 전성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