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는 동명의 회사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이 2006년 론칭한 오픈월드 게임 플랫폼이다. 2019년 홈페이지·클라이언트 한글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6월 강남구 역삼동에 '로블록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로블록스 국내 흥행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메타버스'보다 '게임 제작 프로그램'으로서의 기능을 높게 보고있다. 이득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는 "단순히 메타버스라서 성공한 것이 아닌, 이용자가 만든 결과물을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메타버스·제작 프로그램 등 다양한 면을 지닌 로블록스인만큼 정부 규제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지난달 초등학생들이 즐기는 메타버스 콘텐츠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 관련 문제로 '19세 이용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논란이 돼 로블록스에도 이목이 쏠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8일 "메타버스 자체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로블록스의 경우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하는 툴을 제공하고 이로 제작된 게임만 4000만 개가 넘는데, 이들 모두를 일일히 검증하고 제작자들을 모두 게임사업자로 규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로블록스 게임 내 재화 '로벅스'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초등학생이 주 이용층인 게임에 돈 문제로 규제를 적용한다면 마인크래프트와 비슷한 논란이 될 수 있어 게임물관리위원회 입장에서 여러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미 서양에선 게임메이커, 유니티 등의 대두로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 민주화' 관련 담론이 있었다"며 "개발자를 길러낼 토양이 될 수 있는 로블록스에 엄격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민주화(Democritizing Gaming)'란 다수 이용자가 게임 시장의 주인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즐기거나 만드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엑스박스 게임패스' 등 클라우드 게이밍을 도입하며 "다양한 게임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게임 민주화'를 이룰 것"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게임 민주화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유니티 테크놀로지'로, 2004년 게임 엔진 '유니티'를 출시할 때 부터 '게임 개발 민주화'를 내세웠다. 이 외에도 1990년대에 나온 일본 카도카와 'RPG 쯔꾸르' 시리즈, 요요게임즈 '게임메이커' 등이 유니티보다 앞서 '게임 민주화'에 기여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유니티 테크놀로지 창립에 참여한 데이비드 헬가슨 이사는 2013년 방한 당시 "게임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산업으로, 이러한 산업을 억압하는 한국의 게임 규제 정책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2019년 방한 때도 "한국 규제는 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유니티는 국내 곳곳에 관련 학원이 설립돼 한국에서도 '게임 제작 프로그램'으로 단단히 자리 잡았다. 로블록스가 향후 게임 제작 프로그램으로서 유니티 등과 경쟁하는 일은 없을까.
IT업계 관계자는 "로블록스는 어디까지나 어린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라며 "오히려 어린이들이 '게임 개발자'에 관심을 갖는 관문 역할을 해 '유니티'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등 두 프로그램이 상생하며 '게임 민주화'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