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오는 17일~20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갖고, 이 투표 결과를 토대로 오는 23일 전국 6개 도시철도 노조와 공동으로 연대 총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무임수송 떠넘기고 구조조정 강행...사상 첫 전국 도시철도 동시파업 눈앞
11일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따르면, 이번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제시한 구조조정안에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공사는 지난 6월 노조와의 임금교섭에서 전체 직원 1만 6700명의 약 10%인 1539명을 감축하고, 임금동결과 복지감축 등 내용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지난달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이달 중순 조정절차가 종료되는 즉시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관계자는 "대규모 인력감축과 직렬통폐합 등 역대급 구조조정으로 '역대급 파업'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면서 "부산 등 다른 도시철도는 서울과 비교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공론화되고 있지 않지만, 서울도시철도와 같은 구조적 문제와 위기감을 안고 있는 만큼 서울교통공사노조와 연대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를 포함해 전국 도시철도노조가 연대파업을 불사하며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배경에는 구조조정의 발단이 된 대규모 적자 누적의 가장 큰 원인인 '경영 비효율'이라기보다 '무임수송'과 '코로나19'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합병 이후 매년 5000억 원대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승객 감소로 1조 10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봤고, 올해는 1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이전까지 전체 당기순손실의 약 60%가 어르신·장애인·유공자 등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이었다. 부산도시철도의 경우, 무임수송의 손실 비중은 90%를 초과했고, 전국 6대 도시철도의 평균 손실 비중도 59%에 이를 정도로 심각성이 크다.
2015년 이후 동결된 지하철 요금으로 승객 1인당 수송원가보다 기본운임이 811원이나 낮은 것도 만성 적자누적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서울교통공사노조를 포함한 전국 6개 도시철도노조는 정부에게 '공익서비스의무(PSO: 노약자 무임수송, 학생할인, 적자노선유지 등 철도의 공익성을 위한 서비스)'의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고, 노후차량 교체지원, 안전인력 충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줄곧 촉구해 왔다.
◇ 도시철도 사측 "노조와 타협점 찾겠다"…속내는 무임수송 비용 '국가 보전' 노조와 이심전심
노조의 파업 예고에 전국 도시철도 사측은 노조와 협의해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타협점을 찾는다는 입장이지만, 무임수송 비용을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은 사실상 노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교통공사는 김상범 사장이 지난 4월 1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지하철 재정난·무임수송 국비보전 호소를 위한 캐릭터 인형팔기 이벤트'를 벌이는 등 무임수송 국비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도시철도 운영 광역지자체들은 이같은 비용 고통 부담을 서로 '폭탄 돌리기' 식으로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도시철도가 설치된 해당 지자체 주민을 위한 복지이므로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며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지자체는 '도시철도는 광역화로 이미 전국민 복지가 됐고 지자체가 부담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다'며 우회적으로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4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교통요금 인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더욱이,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가 경영 합리화로 비용을 줄이는 자구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밝혀 서울교통공사의 구조조정 방안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장애인복지법 등 국가 법령의 취지에 따라 이뤄지는 국가정책인데 그 비용을 각 운영기관에게 전가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로 보인다"면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지속가능경영 방안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서비스 품질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