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애플·구글의 갑질을 방지하는 법률을 세계 최초로 발효시키면서 전세계 관련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애플·구글 갑질 방지법’의 대상인 애플과 구글 가운데 애플 측은 정책의 일부 수정에 착수했다. 구글은 금명간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 “일부 앱 외부 결제 허용”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1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리더(reader) 앱 개발사들이 앱 안에 자신들의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넣을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면서 “내년 초부터 전세계 모든 리더 앱 개발사들에게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더 앱이란 디지털 형태의 잡지, 신문, 책, 오디오, 음악, 비디오 등을 구독하는 서비스에 속한다. 예컨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경우 앱 내부에서 결제하는 것이 불가능했었으나 이 조치로 외부 결제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는 애플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인앱결제 정책 수정에서 한 발 더 진전된 조치다. 앱 개발사가 외부결제 수단을 이메일 등을 통해 ‘홍보’하는 행위를 허용하겠다는게 당시 발표였으나 이번엔 ‘외부결제가 가능한 링크’까지로 허용 범위를 넓혔다.
그간 애플은 앱 스토어에 입점한 앱을 구매할 경우 애플이 구축한 자체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하면서 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챙겨와 갑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애플의 이번 조치에도 앱 스토어에 입점해 있는 나머지 앱에 대해서는 기존 인앱 결제 방식을 유지한다는게 애플의 방침이어서 급한 비를 피하기 위한 ‘생색내기’ 조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구글코리아도 애플·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한 직후 낸 성명에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향후 수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유럽 정치권도 규제 행보 나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애플·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유럽연합(EU) 정치권도 크게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EU 차원에서도 IT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마르셀 콜라자 EU 의회 부의장은 1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 국회가 애플·구글 갑질 방지법을 처리한 것은 IT 대기업들의 앱 스토어 독점 문제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시정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는 절대로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애플·구글 갑질 방지법은 무려 30%의 수수료를 챙겨가는 기업들에 철퇴를 가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올바른 법”이라면서 “EU는 IT 대기업들의 갑질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는데 그치지 않고 시정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U에 앞서 애플과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의 의회 차원에서도 인앱 결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달 발의돼 심사가 진행 중이서 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의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은 애플과 구글이 앱 마켓 내에서 판매 수수료를 챙기는 인앱 결제 방식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미 상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도 지난 4월 마련한 청문회에서 애플과 구글이 앱 마켓 운영과 관련해 지배력을 남용해 자유로운 시장경쟁 질서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애플 앱스토어 올해 매출 24조 전망
한편,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인구는 유럽의 9분의 1에 불과하지만 한국이 세계 최초로 통과시킨 애플·구글 갑질 방지법이 다른 나라에서도 추진될 경우 두 기업으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애플의 올해 앱 스토어 매출은 210억달러(약 24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인앱 결제 수수료로 애플이 챙기는 돈만 연간 5억달러(약 5800억원) 수준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