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센츄어의 글로벌 반도체 책임자인 시드 알람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기술 기업들은 경쟁사와 동일한 칩을 사용하기보다는 자사의 비즈니스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의 특정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맞춤형 칩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람은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동시에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의 러스 쇼 전 사외이사는 방송에서 “맞춤형 칩이 더 나은 성능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형으로 특별히 설계된 칩은 스마트폰이든 클라우드 서비스든 특정 기술 회사의 기기와 제품에 대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기능은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분석업체 포레스터의 글렌 오도넬 리서치 이사는 “글로벌 칩 부족 현상의 심화가 대기업들의 자체 칩 개발을 유도하는 또 다른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오도넬은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러한 공급망에 큰 지장을 일으켰고, 이는 자체 칩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회사들의 자체 칩 프로젝트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오랜 시간 PC용 CPU 시장을 지배해 온 인텔의 x86 아키텍처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체 M1 프로세서를 개발, 아이맥과 아이패드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M1 칩이 채용되고 있다.
테슬라는 데이터센터에서 인공지능(AI) 네트워크를 훈련하기 위한 '도조' 칩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9년부터 온보드 소프트웨어가 도로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응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맞춤형 AI 칩으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바이두는 지난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컴퓨팅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된 AI 칩을 출시했다. 바이두는 ‘쿤룬2’ 칩이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며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구글은 크롬북 노트북용 CPU를 곧 자체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2023년경부터 크롬북과 크롬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태블릿에 자체 CPU를 탑재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아마존도 네트워크에서 데이터를 이동하는 네트워킹 칩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아마존의 브로드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은 이미 다수의 다른 칩을 자체 설계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2019년 블룸버그에 "기존 설계와 '매우 다르게' 작동하는 새로운 종류의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거대 기술 회사도 설계는 자체적으로 하되, 생산은 직접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는 거대한 투자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대만 TSMC와 같은 첨단 칩 공장 설립에는 라인 하나에 약 100억 달러가 소요된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