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것은 넷마블이다. 지난달 2일 21억 9000만 달러(2조 52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미국 소셜 카지노 게임사 '스핀엑스(SpinX)' 지분 100%를 인수했다.
넷마블은 2017년 5월 코스피에 상장할 무렵부터 연달아 '빅 딜'을 진행했다. 상장 3개월 전에 마무리한 미국 게임사 '카밤' 인수에 7억 1000달러(8458억 원)을 투자했고, 2019년에는 게임과 무관한 코웨이를 1조 74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넷마블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인수전을 벌이는 가운데 코스피 신입생 크래프톤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7월 말 IPO(기업 공개)를 위한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공모자금 중 70%를 글로벌 M&A에, 15%는 인도 등 제3세계 진출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당시 약 4조 3098억 원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중 70%는 약 3조 원으로, 넷마블이 '스핀엑스'를 인수하는데 사용한 금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도 시장에서의 행보 또한 관건으로, 올 들어 크래프톤은 여러 인도 IT 업체에 총합 7000만 달러(802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지난달 6일 손현일 투자본부장이 인도 현지 법인 '펍지 인디아' 초대 대표로 부임한 만큼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대형 업체들에 비하면 부족한 금액이긴 하나, 중견 업체들도 제각기 글로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올 초 일본 미디어그룹 '카도카와'에 128억 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조이시티는 지낟달 말 중국 웹툰 플랫폼 '콰이칸'에 500만 달러(59억 원)를 투자했다.
최근 위지웍 스튜디오 등 한국 업체들을 연달아 인수한 컴투스도 지난달 말 '라스베이거스 라이선싱 엑스포'에 참여, 글로벌 협력사·투자처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 게임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이는 가운데 업계 '큰형님' 넥슨과 엔씨소프트(NC)는 하반기에 비교적 잠잠하다. 특히 NC는 2019년 영화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에 100억 원을 투자한 이후 이렇다할 투자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달 소니 뮤직과 엔터테인먼트 분야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전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블레이드 앤 소울 2' 출시 이후 연이은 주가 하락 등 악재가 겹쳐 투자할 여유가 없어보인다"며 "당분간 신작 '리니지W'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투자가 있더라도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활성화를 위한 엔터 분야 소액 투자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넥슨은 지난 3월 해즈브로, 반다이남코, 코나미, 세가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한 이후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넥슨은 이사회가 승인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분야 투자 금액 중 약 6억 달러(7000억 원)의 여유가 남아있다.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에서 지난 7월, 넥슨 창립자 김정주 대표가 사임하고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신규 투자처 발굴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게임, 비게임을 가리지 않고 여러 분야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