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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어발' 카카오, 대우·KT의 길 걸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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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어발' 카카오, 대우·KT의 길 걸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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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준 차장 IT과학부
기대하지 않은 보너스가 생기면 사고 싶은 게 많아진다. 물건을 살 때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이것저것 해보자고 다짐하지만 결국 러닝머신은 빨래건조대가 되고 피아노는 화분받침이 된다.

대기업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잘 되는 시절에 이것저것 해보자는 생각으로 M&A를 하고 신사업에 진출한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지 않는 기업이 어떤 꼴을 당하는지, 익숙하게 봐왔다.
KT는 2009년 이후 약 40개의 계열사를 확대하고 48개의 신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2014년 기준 KT는 총 5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75개의 업종에 발을 들였다. 이 중 절반이 주력인 통신과 관계없는 계열사였다. 문어발 확장을 주도한 이석채 회장은 채용비리 사건으로 구속돼 2심까지 유죄를 받았고 현재 항소가 진행 중이다.

기업의 문어발 확장이 가장 성행하던 시기는 1990년대 외환위기 이전이다. 삼성과 현대, 대우 등 잘 나갔던 대기업들은 모두 무차별 사업확장을 진행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비주력 계열사들을 모두 정리하며 몸집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그 중 자동차, 중공업, 전자 등 국가기간산업 대부분에 손대며 몸집을 키운 대우는 외환위기의 광풍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산업계 글로벌 경쟁이 거세지면서 기업들이 몸집을 불리는 것보다는 주력사업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대우그룹이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문을 닫은 일은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금의 카카오는 이석채 회장 시절의 KT, 외환위기를 모르던 대우그룹과 닮았다. 덩치만 키우던 이들의 경영은 늘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카카오는 몸집을 불리는 데 집중해야 할 스타트업의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그들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야 하며 기업문화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수성가가 불가능할 것 같던 시대에서 김범수 의장의 성공스토리는 많은 청년들에게 자극이 됐다. 특히 그가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면서 이전의 재벌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 때는 사람들의 감동이 이어지기도 했다. 청년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김범수 의장의 행적처럼, 카카오도 그런 길을 걷길 바란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