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문 대통령이 해임을 재가하고, 김 회장이 해임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으로 대응한다면, '김우남 회장 사태'는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김우남 마사회장 해임안 의결...대통령 재가만 남겨둬
1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김우남 회장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이르면 이번 주 중 문 대통령이 해임안을 재가하면 김회장 해임은 최종 확정된다.
지난 3월 취임한 김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채용하려다 이를 반대한 마사회 인사담당자들에게 폭언을 가했다는 이유로 농식품부로부터 직무정지와 해임건의 결정을 받았다.
또한 폭언 피해자들을 타 부서로 전보발령해 폭언 피해자들에게 '보복인사'를 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지난 5~6월 특정감사를 벌인 농식품부는 기재부에 김 회장 해임건의안을 제출했고, 결국 공운위가 수용하면서 이제 김 회장의 해임 확정까지는 대통령 재가만 남겨놓게 됐다.
김우남 회장측은 만일 대통령이 해임을 재가하면 해임처분 취소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검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해임을 재가해 해당 기관장이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례로는 지난 2018년 고대영 전 한국방송공사(KBS) 사장과 지난해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김흥빈 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이사장 등이 있다.
◇대통령 재가하고 불복 소송 가면 제2의 LX 최창학 사장 사태 가능성도
농식품부는 기재부에 김 회장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서, 해임사유로 '비서실장 채용 지시', '폭언', '보복인사' 등 총 5개 사유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폭언' 부분은 피해자들의 녹취록을 통해 확인된 상태이다.
그러나 김 회장측에 따르면, '비서실장 채용 지시'는 당시 마사회 인사규정에 '신임 회장이 필요시 자신의 임기기간에 한해 비서와 운전기사를 각 1명씩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김 회장의 채용 지시가 위법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인사담당자들의 반대에 따른 김 회장의 '폭언'도 녹취록이 편집된 상태로 제출됐기 때문에, 전체 녹취록이 공개돼 대화의 전체 맥락이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가 해임사유로 적시한 '보복인사' 역시 지난 16일 수원지방법원은 "해당 인사발령이 인사권자의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정해 '보복인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농식품부는 '폭언'과 '비서실장 채용 지시' 부분은 정식 감사절차를 거쳐 김 회장을 방문해 대면 감사를 벌인 반면, '보복인사' 부분은 대면 감사를 생략한 채 해임사유에 포함시켰다.
공운위가 농식품부가 제시한 김 회장 해임사유 중 어떤 해임사유를 인정하고 어떤 해임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운위 사무국 역할을 하는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24일 공운위 의결에 관한 회의록을 현재 정리 중"이라며 "해당 회의록은 10월 중에나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문 대통령이 해임을 재가하고 김 회장측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이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재량권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고대영 전 KBS 사장의 경우, 서울행정법원은 문 대통령의 해임 재가가 편파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고 전 사장의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한 전례가 있다.
관사 이전과 보복 인사 논란을 빚은 김흥빈 전 소진공 이사장의 경우, 서울고법은 문 대통령의 해임 처분 당시 해임사유 중 일부는 그 근거가 과장됐다 하더라도 임면권자의 재량권 행사는 적법했다고 결정해 역시 문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최창학 전 LX 사장의 경우, 서울행정법원은 정부가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해임처분에 대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최 전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 전 사장이 LX 사장으로 복귀한 전례도 있다.
김우남 회장이 대통령 재가 이후 불복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제는 김우남 회장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소송전 등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말산업 정상화를 위해 마사회와 말산업계가 역량을 결집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말산업 관계자는 "직원에게 폭언을 가한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붕괴 직전의 말산업을 정상화할 유일한 대안인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적극 추진해 온 김 회장이 해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국정감사와 대선 시즌을 앞두고 온라인 발매 법제화와 말산업 정상화의 길이 더 멀어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