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이스포츠 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18조 원을 밑돌았으나, 정부 지원 규모는 671억 원으로 3.7% 수준"이라며 "한국 이스포츠 업계는 대기업 투자와 사립 학교를 바탕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유망주 풀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지환 농심 이스포츠 대표는 A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인재 육성에 집중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것이 현재 한국 이스포츠의 최대 강점"이라며 "이스포츠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국가 주도 지원책은 미비하다"고 말했다.
미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이나, 산업 규모 면에선 크게 열세에 놓여있다. 포브스가 발표한 2020년 세계 이스포츠 구단 기업가치 순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모두 제외됐음에도 한국 구단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10위 T1이었다.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1의 기업가치는 1억 5000만 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1위 TSM 기업가치 추산액인 4억 1000만 달러의 36%에 불과한 것은 물론, LCK에서 '젠지'를 운영 중인 미국 KSV 이스포츠(6위, 1억 8500만 달러)와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T1은 한국 안에서도 독보적인 덩치를 가진 구단이다. 이스포츠 전문지 업커머(Upcomer)는 지난 26일 "LCK 참가 팀들이 내년 '샐러리캡(팀 별 연봉 총액이나 선수 연봉에 상한선을 두는 제도)'도입을 요구했으나, T1 등이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LCK 관계자는 이에 관해 "많은 팀이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인 제도 도입 등 논의는 없었다"며 "샐러리캡의 필요성은 물론 다양한 형태에 관한 논의도 필요해 제도 도입에 앞서 여러 측면을 고려하고 연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T1, 젠지 등 거대 구단에 비해 다른 LCK 팀들의 자금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샐러리캡 제도 도입은 T1과 젠지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중국, 미국 등 거대 자본의 침투를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한국은 오래 전부터 수 차례 프로게이머들이 해외 리그로 유출돼온 '셀링 리그'다. 올 초 스토브리그에서도 '너구리' 장하권, '바이퍼' 박도현, '에이밍' 김하람 등 유명 선수들이 중국 LOL 프로 리그(LPL) 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기준 해외 LOL 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는 7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스포츠 산업은 이제 일부 국가를 넘어 글로벌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덴마크, 영국 등에서 이스포츠 업체가 주식 시장에 상장된 데 이어 미국 나스닥에서도 페이즈클랜이 IPO(기업 공개) 절차를 밟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도 태국이 지난달 이스포츠를 프로 스포츠로 지정, 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중국이 청소년 게임 이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발표한 것과 달리 한국은 게임 셧다운 제를 폐지했다"며 "한국 입장에서 이스포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기회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가오는 2022 아시안 게임에서 10개 게임이 이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이스포츠는 이미 국제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독보적인 인재풀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이스포츠 전체의 파이를 키울 구체적인 사업 방안을 논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