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지난 8월 10일 기업 공개(IPO) 과정을 마무리, 코스피에 상장됐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19억 원, 영업이익 1953억 원으로 국내 게임계 상장사 중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넥슨을 제외하면 압도적인 실적을 거뒀다.
모바일 슈팅 게임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크래프톤은 지난 11일 펍지 IP 정식 후속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를 출시했다. 크래프톤 발표에 따르면 '뉴 스테이트'는 출시 직후 한국·미국·일본 양대 마켓, 독일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인기 1위를 차지했고, 사흘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000만 명을 돌파했다.
◇ '보는 재미'에 초점 맞춘 뉴 스테이트, 이스포츠 시장 '정조준'
크래프톤은 지난달 개최한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장르 내 경쟁작에 비해 '뉴 스테이트'가 가진 가장 큰 차별점으로 '그래픽'을 꼽았다. 박민규 '뉴 스테이트' 총괄 프로듀서는 "기존 게임과 차원이 다른 그래픽, 물리 효과, 건 플레이, 액션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빅터 프라스카렐리(Victor Frascarelli) 스포츠 비즈니스 저널(SBJ) 기자는 "크래프톤은 지난해 말 '배그 모바일' 용량을 70%로 줄이는 등 대중성을 확보하고 가레나 '프리 파이어' 등과 경쟁하기 위해 '허들 낮추기' 전략을 취했다"며 "반면 '뉴 스테이트'는 모바일 기종의 한계에 도전하는 등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프라스카렐리 기자는 "그래픽 향상은 이스포츠나 개인방송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충족시키는 등 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크래프톤이 '배그 모바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시장을 타겟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뉴 스테이트' 출시 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배그 모바일'과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 가능성에 대해 박민규 프로듀서는 "두 게임은 타겟층이 다른 만큼 카니발리제이션에 관한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뉴 스테이트에 새로이 추가되는 '드론'이나 '총기 커스터마이징', 죽은 아군을 살려내는 '그린 플레어 건' 등은 모두 이스포츠 경기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기능"이라며 "크래프톤이 출시 전부터 이스포츠화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추정했다.
◇ '배그 모바일'과 차별화만큼 '경쟁력 확보'도 중요
크래프톤은 지난 몇 년 동안 '펍지' IP 이스포츠화에 공들여왔다. 게임 대회 상금 통계 사이트 '이스포츠 어닝스'에 따르면 올해 '펍지'와 '배그 모바일' 대회 총 상금 합은 1666만 달러(198억 원) 수준이다. 이는 2위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1818만 달러에 근접한 수치며, 지난해에 비해 32%, 2019년에 비해 15% 증가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21일 마무리된 '지스타 2021'에서 크래프톤은 메인 스폰서 카카오게임즈 다음으로 큰 부스를 열었다. 전시한 게임은 단 하나, '뉴 스테이트'였으며 딘딘, 세드, 조충현 등 유명인·스트리머를 초청해 현장 관객 42명과 함께 게임을 진행하는 경쟁 이벤트 '뉴배 챌린지 매치'를 선보였다.
'뉴 스테이트' 이스포츠화에 있어 '허들 높이기' 전략이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슈팅 신작들은 대체로 '허들 낮추기'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라이엇 게임즈 '발로란트'는 낮은 사양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그래픽을 선보였고, EA '에이펙스 레전드'는 콘솔기기 조작 난이도를 대폭 낮췄다"고 설명했다.
개인방송 데이터 분석업체 스트림해칫에 따르면, 올 3분기 총 시청시간에서 '발로란트'는 2억 8200만 시간으로 5위, '에이펙스 레전드'는 2억 7000만 시간으로 6위에 올랐다. 슈팅 게임으로 한정하면 '프리 파이어'(3억 2500만 시간)의 뒤를 잇는 2, 3위이며, 이중 '발로란트'는 다음달 글로벌 이스포츠 대회 '발로란트 챔피언스' 첫 개최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 스테이트는 그래픽 차별화 등을 바탕으로 '배그 모바일'과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슈팅 게임·배틀로얄 게임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