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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CEO는 지어낸 직함" 셀프디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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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CEO는 지어낸 직함" 셀프디스한 이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개최한 행사에서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WSJ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현지시간) 개최한 행사에서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WSJ

거침없는 발언으로 종종 논란을 일으켜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에는 “CEO는 꾸며낸 직함”이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그 배경에 관심을 쏠리게 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한 ‘CEO 카운슬 서밋’ 행사에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앞으로 CEO를 계속 맡을 것인지를 비롯해 향후 회사 내 행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 “CEO는 꾸며낸 직함일뿐”이라며 “CEO란 타이틀이나 CFO(최고재무책임자)란 타이틀이나 기본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고 답했다.

테슬라가 지난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머스크의 공식 직함을 CEO에서 ‘테슬라 테크노킹(Technoking of Tesla)’로 변경한 이유를 이제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테슬라는 재크 커크혼 CFO의 직함도 ‘코인의 달인(Master of Coin)’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장난처럼 보이는 이같은 조치를 금융 감독기관에까지 보고한 배경에 대해 당시 테슬라는 딱히 설명을 내놓지 않아 여러 관측을 낳았는데 SEC에 보고한지 9개월 만에 머스크가 제대로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CEO’가 화제가 된 이유

기업 경영인의 직함에 테크노킹이라는 말을 쓴 것은 테슬라가 첫 사례로 테크노킹 자체는 신조어다. 머스크가 기술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그런 표현을 지어낸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WSJ 행사에서 CEO라는 자리를 놓고 대화가 집중된 이유는 그가 CEO 자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2004년 테슬라 회장 자리에 오른데 이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회장직과 CEO직을 함께 수행했다.

그는 지난 1월 개최한 2020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CEO직을 계속 맡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테슬라 CEO가 매일같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살인적인 수준”이라면서 “좀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삶을 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답해 머잖아 CEO직에서 물러날 뜻을 시사한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는 당시에 “앞으로 몇년 더 테슬라 CEO로 남게 될 같지만 누구도 영원히 CEO를 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머스크는 테슬라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약 117조6000억원)를 돌파해 화제를 모은 지난해 1월에도 “애초부터 CEO직을 맡고 싶지 않았다”고 밝혀 CEO 자리에 연연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바 있다. 거의 2년이 흐른 현재 테슬라의 시총은 1조달러(약 1175조8000억원)를 넘어선 상황이다.

◇머스크가 보는 ‘CEO’가 무의미한 이유


현재 머스크는 테슬라는 물론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CEO도 겸하고 있다. 두 회사의 CEO를 지내고 있는 그가 하면서 CEO는 의미 없는 직함이라고 밝힌 이유는 뭘까.

그는 이날 WSJ 행사에서 “국세청에 세금을 신고할 때 꼭 필요하기 때문에 큰 회사에서는 대표(president), 비서(secretary), 회계담당자(treasurer)만 중요한 직책”이라며 기업 경영방식에 대한 그의 혁신적인 마인드를 피력했다. 법규상 갖춰야 하는 필수적인 직책을 제외하면 나머지 직책은 규정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철학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머스크는 CEO를 테크노킹으로 변경한 조치에 대해서도 “약간 장난스럽게 취한 조치라는 측면도 있지만 직책이라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SEC에 그같은 보고를 한 것”이라면서 “난 법적으로는 테슬라 CEO가 아니라 테슬라 테크노킹”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