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와 서민의 소비 대상은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구매력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
전세계 슈퍼부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슈퍼요트 쇼핑’ 붐이 일고 있는 이유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잘 나가는 전세계 부호들이 앞다퉈 슈퍼요트를 주문하면서 슈퍼요트 발주량이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경색의 여파로 이들이 슈퍼요트를 받아보는데는 여러 해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민은 생각도 해볼 수 없는 슈퍼요트를 슈퍼부자들이 구매하는 경쟁에 나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이들의 자산이 급등한 덕이다.
◇올해 슈퍼요트 발주 1024척, 사상 최다
슈퍼요트는 레지용 요트의 일종으로 통상 선체 길이가 24m 이상이고 가격은 100억~300억원에 이르는 값비싼 개인용 호화요트를 말한다.
세계 최고 부호로 꼽히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규모의 초호화 요트를 지난 5월 천문학적인 금액에 네덜란드 요트 전문업체 오션코에 발주한 것으로 전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관련기사: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세계 최대 슈퍼요트 주문했다 https://www.g-enews.com/view.php?ud=2021051111514986919a1f309431_1&ssk=search>
영국 요트 전문지 보트인터내셔널이 최근 펴낸 ‘2022년 글로벌 요트 발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들어 발주된 슈퍼요트는 총 1024척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나 증가한 것으로 슈퍼요트 주문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8년 정점을 찍은 뒤 저조한 하향세를 보여왔다.
◇슈퍼보트 출고에 3~5년 걸려
CNBC에 따르면 문제는 이 가운데 일부가 건조 작업에 들어간 상태지만 글로벌 공급망 경색의 충격파로 건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
10여전 만에 주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슈퍼요트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는 한정돼 있어 건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트 중개업체 버제스의 조너선 베켓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으로 요트 건조 시설이 쏟아진 주문 때문에 꽉 차 있는 상태”라면서 “고객의 주문 내용에 맞추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슈퍼요트 주문이 짦은 사이에 급증하고 코로나 관련 방역 조치가 이어지면서 전세계적인 인력난 속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에 몰려 있는 요트 조선소의 건조 작업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 승무원을 구하는 일,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부두를 확보하는 일 등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CNBC는 이 때문에 고객이 주문한 슈퍼요트가 출고되는데는 최소 3년에서 최장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슈퍼부자들이 주요 고객
베켓 CEO에 따르면 슈퍼요트를 발주한 부자는 주로 미국에 몰려 있다.
이는 포브스가 코로나발 경제 위기가 전세계 크게 확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역대급 코로나 지원금을 비롯한 전례 없는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면서 증시가 초활황을 보이는 등 자산가들의 자산 가치가 급팽창한 결과 자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을 가진 미국의 슈퍼부자가 2755명으로 1년 사이 660명이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발표한 올해 글로벌 부호 현황 보고서에서도 전세계 백만장자 규모가 1년 사이 500만 이상 크게 늘어 600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미국의 백만장자가 2000만명 가량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베켓 CEO는 “슈퍼요트를 주문한 자산가들의 상당수는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비행기나 자동차를 대신할 이동수단으로 슈퍼요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