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인터넷 네트워크 상에 구현된 현실에 가까운 세계를 일컫는다. 어원은 닐 스티븐슨 작가가 1992년에 쓴 SF소설 '스노우 크래시(Snow Crash)' 속 가상 세계의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IT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들도 '메타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10월 사명을 '메타'로 변경, 메타버스 산업을 자신들의 핵심 목표로 꼽았다. MS는 지난달 초 IT 컨퍼런스 '이그나이트'를 개최하며 '메타버스' 시장 개척을 본격화한다고 선언했다.
MS 창립자 빌 게이츠는 "웹 캠을 기반으로 한 2D 환경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주류였던 온라인 비즈니스 미팅은 향후 2, 3년 안에 '메타버스'로 대체될 것"이라며 "가상 세계 속 경험이 혁신적으로 바뀌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IT 분석가 잭 골드(Jack Gold)는 독일 IT 매체 엔터프라이즈AI와 인터뷰서 "메타, MS, 구글, 인텔, 엔비디아 등 많은 대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들 모두가 성공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쨌거나 향후 3~5년 동안 메타버스는 시장을 주도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잭 골드는 메타버스에 있어 핵심 문제는 기술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I(인공지능)와 VR(가상 현실)·AR(증강 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 어울리는, 기존과는 다른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대규모 인원이 새로운 장에 모여 매끄럽게 '메타버스'를 즐기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라자 코두리(Raja Koduri) 인텔 수석 아키텍트 역시 "메타버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전과제는 기술"이라며 "VR(가상 현실), AR(증강 현실) 디스플레이 기술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컴퓨팅과 기술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경제적 가치를 증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원조 메타버스'로 불리는 세컨드 라이프다.
린든 랩에서 2003년 론칭한 '세컨드 라이프'는 현금 환급이 가능한 가상 화폐를 발행했던 3D 오픈월드 플랫폼이다. 한 때 1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승승장구 했으나, 2000년대 말 '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경쟁에서 패배해 급격히 사양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타버스'의 경제적 가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세컨드 라이프' 처럼 현금 환급 가능한 가상 화폐 '로벅스'를 운영 중인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은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적자를 기록 중이며, 올 3분기 역시 매출 5억 930만 달러(6039억 원), 당기순손실 7400만 달러(877억 원)을 기록했다.
미국 컨설팅사 펀드IT(Pund-IT)의 찰스 킹(Charles King) 대표는 "기술 산업은 항상 커다란 상업적 기회와 연결되지만, 현재 메타 등이 주도하는 '메타버스'는 상업적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향후 2년 안에 명확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메타버스는 2020년대의 '3D TV'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