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백만장자들이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수위로 치닫고 있다면서 자신들을 포함한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월트디즈니 가문의 상속녀로 유명한 아비게일 디즈니를 비롯한 전세계 백만장자 100여명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글로벌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고 신종 코노로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위해 우리 부자들에게 당장 더 많은 세금을 물리라”고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19일(이하 현지시간) 호소했다.
이들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신종 코노로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17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다보스 아젠다 회의'에 참여한 주요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지도자들에게 이날 보낸 공개서한에서 “현재의 불공정한 글로벌 과세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더 부자됐지만 세금은 그대로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 호소문은 ‘애국하는 백만장자들(Patriotic Millionaires)’라는 부유세 도입 촉구 모임, '인류를 위한 백만장자들(Millionaires for Humanity)', 국제 구호활동 단체 ‘옥스팜’ 등이 함께 발표한 것으로 현재까지 미국, 독일, 캐나다, 영국, 호주,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주요 선진국에서 102명의 자산가들이 참여했다.
애국하는 백만장자들에 따르면 이번 호소문에 서명한 부호에는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 도입 운동을 오랜 기간 벌여온 아비게일 디즈니뿐 아니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 최초의 외부 투자자로도 유명한 벤처캐피털 투자자 닉 하나우어도 참여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 2년간 전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우리 부유층의 재산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부자들 가운데 우리가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공정한 과세를 위해서는 물론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부유층이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만장자·억만장자 대상 연간 2~5% 과세 촉구
이들은 특히 코로나 사태로 더 부자가 된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려 부의 불공평한 분배를 개선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건 및 방역 관련 예산이 폭증하고 있다면서 500만달러(약 6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에게는 연간 2%,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억만장자에게는 연간 5%의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세계 각국에 촉구했다.
이들은 이런 식의 부유세를 도입할 경우 연간 2조5200억달러(약 3004조원) 이상의 새로운 재원이 전세계적으로 마련될 수 있다면서 이 자금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코로나 예방 백신 보급율이 낮은 나라들에 지원하고 빈곤 상태에 있는 저개발국 국민 23억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키는데 쓸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700명의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한 부유세를 도입해 사회안전망 예산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난해 추진했으나 반대 여론이 크자 사실상 도입을 포기한 상황이다.
◇옥스팜 “세계 10대 부자 자산, 코로나 와중 배로 늘어”
이번 호소문 발표에 참여한 옥스팜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구촌을 덮친 지난 2년간 전세계 10대 부호들의 자산은 오히려 1조5000억달러(약 1788조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산가들의 자산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세계 인구 99%의 소득은 감소해 1억6300만명이 빈곤 계층으로 새롭게 전락한 반면 같은 기간 자산가들의 자산은 오히려 배로 불어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