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샤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샤넬백 하나를 위해 매장 오픈 시간 전부터 줄을 서 문을 여는 순간 달려가는 ‘오프런’은 이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왜 이렇게까지 샤넬에 열광적일까. 명품이 전하고 있는 가치, 희소성 내지는 좋은 품질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보다 앞서는 중고시장에서의 가치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 3초백으로 통하는 루이비통 스피디백을 기억할 때다. 엄청나게 팔려나간 만큼 중고시장에도 매물이 넘쳐 제대로 된 중고가격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루이비통 스피디백 35 제품의 정가는 209만~223만원 수준이지만 중고가는 60만~70만원 수준에 그친다.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서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희소성을 잃어서다.
샤넬도 이 같은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는 다른 명품에 비해 고평가 받고 있지만 그 가치와 격은 예전 같지 않다. 백화점 VIP 사이에서는 샤넬 기피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오픈런 고객들로 쇼핑 경험의 질이 낮아지고 대중성은 높아져서다.
이는 곧 명품 가치가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잃어버린 명성을 돼 찾으려면 그 격을 다시 갖춰야 한다. 단순히 가격만 더 올린다고 해서 희소성이 생기는 시대는 이제 지난 것 같다. 창업주 가브리엘 샤넬이 전달하고 싶어 했던 시대를 앞서는 아름다움으로 또 다른 역사와 가치를 창출하고, 샤넬만의 ‘결’을 새롭게 써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3초백 오명을 함께 할지 모른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