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편의점 가맹점주 A씨는 하루 2~3개 입고되는 포켓몬빵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입고 시간에 맞춰 대기하거나 빵지순례하듯 포켓몬빵의 유무만 확인하고 사라지는 고객들 때문에 정작 다른 물건을 사려는 고객이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일부 편의점주들은 포켓몬빵이라면 손사레를 친다. 포켓몬빵 속 띠부띠부씰 캐릭터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제품을 꼬집고 주무르며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단골이 포켓몬빵을 살 수 있게 미리 빼놔달라는 청탁까지 해와서다. 오죽하면 아예 포켓몬빵을 취급하지 하지 않겠다는 점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또 “하루에 2~3개 들어오는 빵 때문에 못파는 점주도 민망하고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지친다. 특히 손주나 자녀들 데리고 와서 헛걸음 하는 모습 볼 때 가장 안타깝다”며 “이걸 팔아서 매출이 느는 것도 아니고 점주뿐 아니라 알바와 배송기사도 힘들어해 이 열풍이 사라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포켓몬빵을 되팔 목적으로 배송차량을 따라다니는 리셀족들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점주들이 많이 있다”면서 “입고 차량에서 물건을 내리자마자 상품 검수도 전에 달려드는 등의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편의점 점포는 대체로 협소한데 물류차 시간 맞춰 기웃거리며 다른 손님 동선 방해하고 하루 평균 3개 입고되는 포켓몬빵 때문에 점주님들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다”라며 “고객과의 실랑이에 발주를 포기하는 점주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일부 편의점주의 얄팍한 상술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단골고객에게만 판매하려고 매대에 상품을 진열하지 않거나 일반상품을 일정금액 이상 구매해야만 살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어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켓몬빵을 사러 갔는데 편의점 직원분이 대뜸 포켓몬 빵은 없다고 호통을 치길래 미안한 마음에 음료라도 사려고 했는데 갑자기 들어온 어떤 아주머니에게 포켓몬빵을 주더라”라고 분노를 표했다.
다른 상품과 끼워파는 상술도 기승이다. 하루 평균 20만개 이상 팔리면서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일부 편의점은 포켓몬빵을 인질로 다른 제과 등과 묶어 판매 중이다. 끼워팔기는 비단 편의점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채널과 오프라인 마트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악용하는 상술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니버터칩 때 생각나네. 돈 몇푼 더 벌려고 하는 상술 지겹다”, “안사요. 안사”, “이렇게 또 필요한 사람만 피해를 보는구나”, “이래도 사는 사람은 광기” 등의 반응을 보였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단골 챙겨준다고 일부 제품을 따로 보관한다고 해서 본사가 가맹점에게 강제로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계도를 통해 고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