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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4000명 피난민 운집 기차역 미사일 공격은 전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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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4000명 피난민 운집 기차역 미사일 공격은 전쟁범죄”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 나와 언론에 호소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 나와 언론에 호소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군중이 밀집한 기차역을 미사일로 공격해 52명을 살해한 러시아에 대해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밤 화상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4000여명이 운집한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을 공격한 것은 또다른 전쟁범죄라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 중에 어린이 5명이 포함돼 있으며 중상자도 수십명에 달한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공격 현장을 촬영한 사진들에는 방수포로 덮인 시신들과 “어린이를 위해”라고 러시아어 글귀가 적힌 미사일 파편이 등장한다. 이 문구는 미사일이 어린이들의 희생에 대한 복수로 미사일 쐈다는 의미처럼 보인다.

이 공격에 대해 각국 지도자들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를 방문중인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정말 말이 안된다. (러시아의) 잔혹행위는 거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민간인 수십명을 살해했음을 보여주는 현장인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는 집단 매장지에서 시신발굴이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차에서의 집단학살처럼, 러시아군의 수많은 전쟁 범죄와 마찬가지로 크라마토르스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위로 누가 무슨 일을 했고, 누가 명령을 내렸고 미사일이 어디서 발사됐고, 누가 운반했고, 누가 명령을 내리고 누가 동의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저항으로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러시아군은 러시아어 사용 주민이 많은 산업지대, 동부 돈바스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곳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들과 우크라이나군이 8년 동안 공방전을 벌여온 곳이다.

폭격을 당한 기차역이 돈바스의 우크라이나 장악지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반군들은 우크라이나가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서방 전문가들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궁 대변인이 러시아군이 기차역을 공격한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 주장을 반박했다. 한 서방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이 미사일을 사용해 왔으며 공격 장소와 피해상황을 감안할 때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국왕립군사연구소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은 러시아가 돈바스 기차역을 공격할 이유가 있다면서 기차역이 우크라이나군이 군대를 강화하는데 핵심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롱크는 러시아 당국이 러시아군이 옛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은 “물을 흐려서 의심을 조성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려 시도라며 다른 사례들을 제시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이 이 미사일을 보유했기 때문에 이 미사일로 공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기차역 공격을 전쟁 범죄로 비난했으며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당국자들은 2월 24일 전쟁 시작 이래 러시아군의 잔혹성을 반복 비난해왔다. 400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해외로 피난했으며 수백만명이 집을 잃었다. 최근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들에서는 최악의 끔찍한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아나톨리 페도룩 부차 시장은 조사관들이 최소 3곳의 민간인 집단 처형장소를 발견했으며 집마당과 공원, 광장에서 계속 시신들을 발견하고 있다면서 90%가 총을 맞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부차의 학살현장이 조작된 것이라고 잘못된 주장을 펴왔다.

8일 작업자들이 빗속에서 교회근처의 집단매장지에서 시신들을 꺼내 검은 가방에 넣고 진흙바닥에 배열했다. 약 67명이 발굴됐다고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실 성명에서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도청한 통신 내용을 러시아의 전쟁범죄 증거로 제시했다. 이 통화 내용은 8일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공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군인들이 부모들과 통화에서 무엇을 훔쳤고 누구를 납치했는지를 말하는 내용이 있다. (러시아군) 포로들이 민간인 살상을 시인한 녹음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을 폭격 표적으로 표시한 지도를 가진 조종사 포로들이 있다. 시신들에 대한 수사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독일 대외정보국이 군인들이 부차에서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것과 관련된 무선 통신 내용을 도청했다는 독일 주간지 데어 슈피겔의 보도와 맥락이 일치한다. 이 주간지는 또 도청 내용이 러시아 용병그룹 와그너그룹이 부차의 잔혹행위에 관련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 당국자는 보도를 확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으나 2명의 전직 장관들이 지난 7일 전쟁 범죄 소송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연관을 부인해왔다.

한편 러시아군의 공격 강화를 예상한 수백명의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교전중이거나 러시아군에 점령된 남부 미콜라이우와 헤르손 지역에서 피난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거의 매일 서방국들에 더 많은 무기 지원과 추가적인 러시아 제재, 러시아 은행의 국제금융 배제, 유럽국들의 러시아 석유 및 천연가스 전면 금수를 요청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7일 무기지원을 늘리기로 합의했으며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는 8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길에 소련제 S-300 대공방어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전투기와 미사일을 “차단하기 위해” S-300을 요청해 왔다.

한 미 고위군당국자는 8일 미 국방부가 철수중인 러시아 부대가 타격이 심해 “모든 전투 능력과 의지를 상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러시아가 전쟁 발발 이후 전투 능력을 15%에서 20%까지 잃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철수 부대는 러시아에서 재보급을 받을 것이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주변에 수천명을 증원했다고 당국자가 밝혔다.

하르키우에 사는 리디야 메지리츠카는 간밤에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집에서 “푸틴의 민족주의적 침공 명분을 비난하면서 ‘러시아 세상’이라고 하는데 사람들, 아이들, 노인들, 여자들이 죽고 있다. 기관총이 없지만 내가 아무리 늙었어도 반드시 나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