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작은 4명의 게이머가 34개 종류의 패 각 4개씩 총 136개 패를 활용, 일정 패턴의 패보를 만들어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많은 패를 활용하는 만큼 매 판 다른 양상이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며, 패를 공개적으로 버리는 만큼 상대 전략을 읽는 것이 가능해 운적 요소가 적은 추상 전략 게임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 지역 보드게임 카페서 일본제 전동 마작 테이블을 운영 중인 A씨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오랜 기간 작동을 멈춘 기계가 3월부터 매일 돌아가고 있다"며 "마작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오는 손님도 부쩍 늘었다"고 반색을 표했다.
'따효니' 백상현은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로 트위치에서 35만명, 유튜브서 17만명의 팔로워를 보유 중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처음으로 '작혼'을 플레이했고, 이후 '옥냥이', '풍월량', '침착맨' 등 유명 스트리머들이 연달아 '작혼' 라이브 방송을 선보였다.
마작이 이렇게 스트리머들 사이에 유행한 것은 일본 게임 등에서 지속적으로 마작을 다룸에 따라 친근함을 느끼게 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스트리머들은 일본 사운드 노벨 '쓰르라미 울 적에' 방송을 진행하던 중 스토리서 마작이 주요 소재로 다뤄진 것으로 인해 마작을 접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가의 대표작인 오픈월드 어드벤처 '용과 같이' 시리즈는 게임 안에 마작 플레이 기능이 탑재돼있다. 한국에서도 영화 '극한직업', '황해' 등에서 중화권이나 뒷세계의 생활상을 묘사하는 용도로 마작을 플레이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스트리머들이 '작혼'에 주목한 이유는 편의성이다. 홍콩 게임사 캣푸드 스튜디오가 개발, 요스타서 글로벌 론칭을 맡은 '작혼'의 모바일 버전은 국내에선 정식 서비스되지 않고 있으나 인터넷 웹상 플레이를 지원해 국내에서도 웹 브라우저를 통해 해외 서버에 접속해 플레이할 수 있다.
단순한 마작 플레이 외에도 랭크 시스템이나 캐릭터 치장, 음성, 애니메이션 등 수집 요소와 '보는 재미'를 갖췄으나 무료로 플레이 가능하다는 것 역시 플러스 요인이다. 대표적인 웹 마작 서비스 '천봉'은 별다른 애니메이션 요소가 없고, 엔씨소프트 일본 지사서 서비스 중인 '작룡문M'은 애니메이션 요소가 있으나 유료 플레이만을 지원한다.
개인방송 통계 분석 사이트 '트위치트래커'에 따르면 지난달 '작혼'의 일 평균 시청자 수는 약 6700명, 총 누적 시청 시간은 494만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2월 대비 시청자수는 428%, 누적시청시간 485%가 증가한 것이며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시청자수와 누적시청시간 모두 17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트위치메트릭스'에 따르면 3월 기준 '작혼'은 트위치서 글로벌 누적 시청 시간 수 34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2월 신작 '유희왕: 마스터듀얼'이나 유명 마피아 게임 '어몽어스' 등보다 높은 수치다. 가장 많은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한 채널 5개는 풍월량·따효니·김도·얍얍·살인마협회장으로 모두 한국인 스트리머들이다.
마작이 유행하기 전부터 한국에서 마작을 즐기던 커뮤니티의 존재 역시 작혼 유행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한국 네티즌들이 2020년 3월 '작혼' 비공식 한글 패치 프로그램을 배포했는데, 기능과 마작 용어 등 단편적인 번역을 넘어 이모티콘 속 일본어도 한글로 재트레이싱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인 모양새다.
해당 네티즌들은 '작혼'이 업데이트될때마다 그에 맞춰 한글 패치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들은 "많은 익명의 기여자들이 꾸준히 번역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한국에도 마작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한국마작협회(KML)'이 존재한다. 2006년 설립된 해당 단체는 일본 등 여러 국가와 협업 '국제온라인리치마작선수권대회(IORMC)'를 2012년부터 매년 개최 중이며, 지난해 10월 개최된 'IORMC 2021'에는 한국·일본·중국·대만·홍콩·미국 등 20개 국가 선수들이 참전했다.
IORMC 2021에서 한국 선수들은 단체전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국 소속으로 출전한 김으뜸 선수는 "한국에서 더욱 많은 사람이 마작을 즐겨서 메이저한 스포츠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