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실시된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찬반투표를 통해 창사 이래 첫 노조가 설립되면서 미국 노동계의 핵으로 떠오른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전국 사업장에 비상이 걸렸다.
오랜 기간 유지됐던 두 기업의 이른바 ‘무노조 경영’ 기조가 무너진 것에 그치지 않고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서는 이미 17개 사업장에서 노조 설립안이 가결된데 이어 앞으로 170여개 사업장에서 찬반투표가 진행될 예정이고 아마존에서도 100곳이 넘는 물류센터의 근로자들이 미국 뉴욕시 아마존 사업장의 첫 노조 결성에 고무돼 노조 결성 투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노조가 만들어진 스타벅스와 아마존 사업장에서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노사간 협상이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첫 노조 결성을 막는데 주력해왔던 스타벅스와 아마존 경영진이 노조운동의 확산을 막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이는 조치와 입장을 내놓기 시작해 양사의 노사간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스타벅스, 비노조원 대상 복지혜택 강화 나서
먼저 무노조 원칙이 깨진 스타벅스에서는 스타벅스 창업자면서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하워드 슐츠가 첫 번째로 내놓은 조치 때문에 노사간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슐츠 CEO는 과거 CEO직을 맡으면서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는데 기여한 동시에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했던 인물이다.
14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슐츠 CEO는 최근 스타벅스 점주들과 온라인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현행 스타벅스 직원 복지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노조 결성안이 투표로 통과된 스타벅스 직영매장의 경우는 예외로 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했다.
스타벅스의 직원의 거의 대부분이 바리스타여서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한 복지혜택을 향상시킬 계획이라는 뜻인데 노조가 생긴 사업장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는 “복지혜택이 강화되면 퇴사로 인한 직원 감소를 줄여 구인난을 극복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노조 가입 매장에서는 새로운 복지혜택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슐츠 CEO는 비노조원들에게만 새로운 복지혜택을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연방 노동관계법에 따르면 노조에 가입했는지와는 무관하게 근로자의 보수나 복지혜택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노조와 단체협상을 통해 따로 정하도록 돼 있어 현재 경영진이 검토 중인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은 비노조원에게만 해당된다는 얘기다.
노조설립 투표 관리를 비롯한 노사문제를 관장하는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출신의 노동전문 법률가인 캐시 크레이튼 미국 코넬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일단 노조가 생기면 노조가 단체교섭을 거치지 않고 처우를 변경하는 것이 법률에 저촉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크레이튼 교수는 “명분은 그렇게 내세울 수 있지만 실제로는 노조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자체가 경영진이 흔히 사용하는 노조 회피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슐츠 CEO는 점주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노조를 찬성하는 직원들은 매달 노조 회비를 내는 부담이 생긴다는 사실을 비롯해 모르는게 많다”고 주장했다.
◇아마존 재시 CEO "노조 생겨도 직원에 도움 안돼"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역시 최근 아마존 뉴욕 스탠튼아일랜드 물류센터에서 창사 이래 첫 노조가 설립된 것과 관련해 자신의 경영관을 처음으로 피력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노조는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향후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아마존 노조 측과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는 14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조에 가입할지 말지는 직원들이 알아서 선택할 문제라고 보지만 노조가 직원들의 이익을 대신 챙겨주는 조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재시 CEO는 특히 두가지 이유를 제시하면서 “노조가 없는 것이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가 있으면 직원들이 자발적인 권한을 누릴 수 없게 되고 상사와 부하직원간 화합도 저해된다는 뜻이다.
그는 “직원이 뭔가 고객을 위해서나 스스로를 위해 하고 싶거나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당장 회의실에 모여 방법을 논의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곳이 아마존”이라면서 “하지만 노조가 생기면 노조의 관료주의 때문에 그런 자율적인 업무 처리가 불가능해지고 업무 처리 속도도 느려질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재시 CEO는 미국내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겪는 산업재해가 관련업계 평균의 두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미국 최대 노동조합 연합체에 속하는 전략적조직센터(SOC)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산재 건수가 잘못 알려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