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와 아마존에서 창사 이래 첫 노동조합 결성으로 그동안 유지됐던 ‘무노조 경영원칙’이 잇따라 무너진 가운데 노조 무풍지대였던 시가총액 세계 1위 초우량 전자업체 애플에서도 노조 설립이 처음으로 추진되기 시작해 미국 경제계와 노동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진정으로 애플 경영진이 재택근무제의 종료를 선언하고 출근제 복귀에 착수했으나 회사 내부에서 반발 움직임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데다 외식업계에 속한 스타벅스와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달리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노조 결성이 실현될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스토어 뉴욕 매장 직원들 노조 결성 투표 추진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애플스토어 그랜드센트럴터미널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위한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이들은 앞서 북미서비스노조(SEIU) 산하 노동자연맹(WU)에 가입하는 방안을 놓고 그랜드센트럴터미널점 직원들을 상대로 지난 2월 투표를 벌인 결과 가결된 바 있다고 밝혔다. WU는 스타벅스 일부 매장에서 최근 실시된 노조 결성 투표를 지원한 노동단체다.
미국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려면 미 연방 노동부 산하 노사관계 주무부처인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노조 결성 투표를 시행해줄 것을 신청해야 하고 NLRB가 검토 후 투표 진행을 결정하면 투표가 이뤄지게 된다.
더버지에 따르면 이 매장 직원의 30%만 노조 결성 투표에 찬성하는 서명을 하면 NLRB에 노조 찬반 투표를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퍼시픽블루칼라조직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애플스토어 그랜드센트럴터미널점은 (코로나19 같은 사태로 인한) 전례 없는 근로 환경에서 왜 노조가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근로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매장”이라며 노조 추진 배경을 밝혔다.
WP는 그랜드센트럴터미널점 외에 미국내 다른 지역에 있는 최소 3개 애플스토어 매장에서도 노조 결성을 위한 움직임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장으로 확산될 가능성 있어
애플 측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애플은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보장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 대변인은 이날 낸 성명에서 “애플스토어에서 근무하는 훌륭한 직원들이 회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애플은 그에 맞게 매우 모든 정규직 및 비정규 직원에 대해 높은 수준의 처우와 육아휴직과 스톡옵션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악시오스는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는데 상당한 규제를 가해온 곳이 애플이라는 점에서 노조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애플 경영진이 매우 달갑게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향후 노조 결성을 둘러싼 갈등이 애플 노사간에 격화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
특히 뉴욕 매장의 노조 결성 움직임은 애플 경영진이 이달 23일부터 일주일에 세 번 출근하는 방식의 출근제 복귀를 예고한 것에 대해 애플 직원들이 “다른 회사보다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여러 매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악시오스는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보건 및 안전 문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 노조 결성이 추진되는 커다란 배경”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물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한데다 구인대란 속에 노동자의 교섭권이 크게 강화된 것도 노조 결성 움직임을 촉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