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화섬식품노조) 웹젠 지회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웹젠 소속 노조원들은 다음달 2일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웹젠 노조는 앞서 지난 7일 이틀 동안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노조원 92.8%가 찬성함으로서 파업안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웹젠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간다면 게임계, 나아가 IT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웹젠 노조가 소속된 화섬식품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가맹 노조이며, 웹젠 외에도 넥슨·스마일게이트 등 게임사, 네이버·카카오·한글과컴퓨터 등 IT업체들의 노조가 화섬식품노조 소속 지회로 등록돼있다.
카카오 노조 지회장을 겸임 중인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부지부장 역시 회견에 참여해 "한해 1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는 웹젠보다 수익이 적은 회사도 많지만 노사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고 있다"며 "IT위원회 전반을 살펴보면 30여곳에서 교섭을 진행 중인데, 오직 웹젠만 교섭이 결렬됐다"고 성토했다.
파업을 결의했던 당시 노조 측은 "회사가 진전된 안을 제시하고 대화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응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사측 역시 "노조와 대화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은 언제든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양 측 모두 대화의 문은 열어놓았지만, 26일까지 협상이 진전됐다는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웹젠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 전에도 사측과 연봉 문제로 마찰을 빚어왔다. 웹젠 노조가 출범한 시점은 지난해 4월 5일이며 출범 이후 노조 측은 "김태영 웹젠 대표의 '평균 2000만원대 임금 인상'이란 발표는 평균의 함정"이라고 주장하며 전직원 일괄 연봉 1000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김태영 대표는 지난해 3월 8일 "연봉 인상, 200만원대 전사 특별 성과금 등을 포함 평균 2000만원대 총보상을 책정했다"며 "업계의 연봉 일괄 인상 흐름에 따라 전사 연봉을 크게 상향할 것이며, 개별 상승률은 개인 직무·역량·성과·기여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노조 측의 요구에 사측은 연봉 10% 인상, 성과금 차등 지급안을 내세우며 협상에 나섰다. 공시에 따르면 웹젠의 평균 연봉은 7100만원으로 사측은 710만원 인상안을 내세운 셈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노조원들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첫 협상은 지난해 12월 22일 결렬됐다.
IT업계에서 노사갈등으로 인한 쟁의는 여러차례 일어났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 2019년 노조원 약 200명이 근무 시간인 오후 3시 경 신규 개봉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단체로 관람하는 이색 노동 쟁의를 선보였다. 넥슨 노조 역시 지난해 6월 전환 배치·임금 삭감 등을 문제 삼으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러나 두 쟁의 모두 노조원들의 전면 파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업계는 노동 인식 개선, 노조 활동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다양한 업체들이 노사 대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만큼 이번 파업은 IT 노동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영호 화섬식품노조 웹젠지회장은 "파업이 진행되기 전 최대한 임금 교섭이 마무리되길 바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면서도 "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주변 기업과 연대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