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는 4분기 실적을 공개한 11일 "내년부터 자사 축구게임 시리즈 명칭을 'EA스포츠 FC'로 바꾼다"고 공식 발표했다. 캠 웨버 EA스포츠 대표가 지난해 10월 "FIFA와의 명명권 계약을 면밀히 검토중인 가운데 우리가 보유한 축구게임의 명칭이 바뀔 수도 있다"고 예고한지 7개월 만이다.
또 EA 측이 본 경기 외에도 하이라이트 등 보다 포괄적인 FIFA 경기를 독점 활용할 권리와 디지털 상품화에 관한 권리도 요구했으나 FIFA 측은 본 경기와 관련된 좁은 권리만을 인정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도 피파 시리즈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공식 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넥슨이 서비스하는 '피파 온라인 4M'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이용자수 모두 20위 내 최상위권에 장기간 머무르고 있다.
EA와 FIFA의 결별을 두고 업계는 "EA는 생각보다 타격이 적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A스포츠서 임원직을 지냈던 피터 무어 유니티 테크놀로지 이사는 "FIFA는 2015년부터 부정부패·실책 논란이 이어져 브랜드 가치가 상당히 훼손됐다"며 "라이선스 비용을 개발비로 돌린다면 오히려 더 나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빗 잭슨 EA스포츠 부사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FIFA가 부과한 라이선스 제한으로 인해 게임 콘텐츠를 확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보거나 직접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A가 FIFA와의 결별을 공식 선언한 후 나스닥에 상장된 EA 주식의 장외 거래가는 116.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10일 종가인 111.6달러에 비해 4.3% 높은 수치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EA의 발표 직후 "FIFA는 축구 팬을 위한 최고의 게임이자 유일한 오리지널 타이틀"이라면서도 "이후 FIFA는 모든 옵션을 최대한 활용해 협회 파트너·게이머·팬를 위한 광범위한 기회와 경험을 보장할 것"이라고 성명문을 통해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의 성명문은 EA를 대신할 독점계약 파트너를 찾는 대신 보다 폭넓은 게임사를 대상으로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A를 대신해 대형 축구게임 시리즈를 독점 개발할 후보로는 EA의 스포츠 게임계 라이벌 2K나 'e풋볼(구 위닝 일레븐)' 개발사 코나미 등이 꼽혔으나 2K는 축구게임 개발 경력이 전무하고 코나미는 최근 몇년 동안 이어진 게임사업 분야 긴축 정책으로 인해 독점계약 비용을 내기 힘들 것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인판티노 회장의 성명문과 더불어 FIFA 측은 "시뮬레이션 장르 외에 다른 여러가지 게임을 이미 개발 중"이라며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올 3분기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개발·퍼블리셔 파트너 사는 공개하지 않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FIFA 측도 오래 전부터 협상 결렬을 대비해 게임업계 파트너사를 물색해뒀을 것"이라며 "FIFA와의 파트너십이 꼭 축구게임에만 한정되라는 법은 없는 만큼,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