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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코로나 시대, 푸드 네오포비아와 음식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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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코로나 시대, 푸드 네오포비아와 음식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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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푸드 네오포비아(food neophobia)는 새로운 음식을 (두려울 정도로) 싫어하는 것이지만, 푸드 네오필리아(food neophilia)는 새로운 음식을 (신날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다. 전자의 사람들은 해외여행 때 김, 멸치볶음, 고추장 등을 갖고 다니지만, 후자의 사람들은 새로운 음식을 탐해 배앓이를 하기도 한다. 글로벌 세상에서 각 나라의 에스닉 푸드(ethnic food)를 접할 기회가 많은 요즘, 푸드 네오포비아에 대한 관심이 크다.

푸드 네오포비아는 생후 6개월~5세의 아이들이 단 것을 좋아하고 신 것과 쓴 것을 싫어하는 편식과 관계가 깊지만, 여기서는 성인들의 푸드 네오포비아에 관심을 두고, 한국인이 해외에 나갔을 때나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사람이 음식을 싫어하는 핵심적인 이유로, 음식의 ①맛, ②외관이나 성질, ③위험성의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음식의 맛이 나빠서 싫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취두부는 두부 발효식품인데, 냄새가 고약해서 관광객들이 선뜻 먹어보려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삭힌 홍어도 독특한 암모니아 냄새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는, 꽤 낯선 음식에 속한다. 만약 요리사가 고의로 음식을, 취두부와 삭힌 홍어의 맛이 나도록 만들었다면, 음식윤리의 소비자 최우선의 원리에 어긋날 것이다. 그러나, 취두부와 삭힌 홍어는 고유한 음식문화에 속하고, 이때 지각된 맛(perceived taste)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므로, 음식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둘째는 음식 재료의 외관이나 성질이 징그럽기 때문에 싫어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번데기를 먹지 않는다. 번데기의 생김새가 징그럽고, 번데기를 씹을 때 나오는 국물이 무척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단백질바와 같은 곤충식품(insect food)의 호불호가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곤충식품은 단백질 공급원이면서 가축의 고기가 아니라는 면에서 음식윤리적으로 특별히 문제삼을 일이 없다.
셋째는 음식의 위험성(안전하지 않음), 특히 위생적 위험이 두려워 싫어하는 것이다. 나는 ‘게장’을 먹지 않는다. 게장 전문집에서도 그 맛있는 간장게장을 양보할 정도다. 왜 이럴까? 나는 하늘 같았던 초등학교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민물게를 먹으면 디스토마에 걸릴까 봐, 게장을 안 먹기 시작했다. 집에서 먹었던 게장은 바닷게로 만든 것인데도 불구하고. “민물게일지 모르잖아?” 위생적 위험이 두려워 먹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소비자에게 지각된 위험(perceived risk)은 확실하고 객관적인 위험보다 불확실하고 주관적인 위험일 수 있다. 오래전 ‘불량 만두’ 사건이 터지자 소비자들은 전혀 문제가 없는 만두마저 ‘쓰레기 만두’라고 거부했다. ‘고름 우유’ 파동 때에도 소비자들은 ‘고름’이 전혀 없는 우유마저 외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지각된 위험’은 존중받아야 한다.

외국 여행의 관광코스로 시장에서 파는 음식이나 길거리 음식을 사 먹을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 여행 온 사람들이 시장에서 빈대떡과 막걸리를 먹는 모습도 종종 보는데, 그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다소 섞여 있다. 만약 그들이 두려워하는 위생적 위험이 발생한다면, 위생적 위험과 관련된 푸드 네오포비아로 인해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어질 것이다. 음식윤리의 안전성 최우선의 원리와 소비자 최우선의 원리를 위반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음식의 ①맛, ②외관이나 성질은 음식윤리적으로 중립이지만, ③위험성의 경우는 음식윤리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고, 푸드 네오포비아를 강화하여, 코로나 시대의 관광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므로, 음식의 위생적 조리나 가공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