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은 지난 23일 중견 IT기업 한글과컴퓨터(한컴)과 지분투자를 염두에 두고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16일에는 자회사 신세계I&C를 앞세워 블록체인사 헥슬란트와도 디지털 보증서 발행 솔루션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번 파트너십 외에도 신세계는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2월 미국의 3D 아티스트 베레니스 골먼과 협업, 국내 유통기업 중 처음으로 NFT(대체불가능토큰)을 선보였다. 이달 초에는 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KLAY) 기반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 운영진과 협력해 자사 캐릭터 '푸빌라'를 활용한 NFT 1만개를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은 이미 '웹 3.0'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메타버스 '제페토'와 일본 관계사 라인의 블록체인 '링크(LINK)' 사이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카카오는 KLAY 기반 블록체인 보라(BORA)를 운영 중인 카카오게임즈를 앞세워 메타버스 '컬러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신세계 그룹의 '웹 3.0' 행보는 정용진 부회장의 신년사에서 이미 예고됐다. 정 부회장은 올초 "2022년은 신세계가 '디지털 피보팅(Digital Pivoting)'하는 원년"이라고 발표했다. 피보팅, 또는 피봇은 '제품·사업 모델·성장 동력에 있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일컫는다.
다른 유통기업들 역시 메타버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타버스 입점 경쟁'이 벌어진 편의점 업계가 대표적 예로, BGF리테일이 지난해 8월 제페토에 씨유(CU) 가상 편의점을 입점한 이래 GS리테일(GS25)는 제페토·신한메타버스, 세븐일레븐은 해긴 '플레이투게더'에서 가상 편의점을 선보였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가상인간 '루시'를 자사 행사 광고모델로 선보인 데 이어 올 2월 들어 가상의류 브랜드 'LOV-F' 론칭, 13개 파트너 기관·업체와 함께하는 '메타버스 원팀' 구성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 5월 'VR(가상현실) 판교랜드'를 선보이는 등, 메타버스 사업의 결과물을 공유했다.
유통업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메타버스를 MZ세대 상대의 마케팅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기본적이며 여기에 과거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전자상거래 등 온라인으로 전환됐듯, 온라인에서 메타버스 기반 쇼핑으로 다시 한번 전환기가 올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저스트 스타일, 미국 MMH(Modern Materials Handling) 등에서 유통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로잇 카시알라는 "향후 몇년 동안 계속될 메타버스 관련 기술 발전은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급망·구매 투명성, 제품 수명 주기 단축, 신 시장 탄생까지 광범위한 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유통 전문 펀드운용사 트라이앵글 캐피탈의 리처드 케스텐바움 공동 창립자는 "메타버스 시대가 언제 도래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과 같은 투자와 연구가 이어진다면 메타버스로의 전환은 필연적"이라며 "메타버스가 유통업계에 있어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