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쾌속질주' 현대차, 美 앨라배마발 잇단 악재에 제동(?)

쾌속질주하던 현대자동차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창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대차의 북미대륙 생산거점인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앨라배마 생산법인(HMMA)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 루번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SMART에서 이민자 가정의 10대 미성년자들이 최근까지 근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이가 어린 미성년자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의혹이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로이터는 “이 공장에서 일한 미성년자 중에는 과테말라에서 온 이민자 가정에 속한 12살의 청소년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현지 경찰 관계자, 해당 미성년자 가족의 증언, 이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직원들을 취재한 결과라며 보도했다.

현대차가 소유한 자회사로 SMART로 불리는 이 공장은 금속 스탬핑을 하는 곳으로 이 공장 인근에 위치한 HMMA에 스탬핑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탬핑 또는 스탬프 가공은 금속 시트를 3차원 공작물로 성형하는 제조 공정이다.

로이터는 미국 연방 법률과 앨라배마주에서 정한 법률에 따르면 문제가 된 SMART 공장의 경우처럼 금속 스탬핑을 비롯한 금형 기계를 사용하는 위험한 생산 현장에서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쓸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SMART는 연간 40만대의 차량 조립에 필요한 관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이지만 생산직 근로자 부족 사태로 쏟아지는 현대차의 주문에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현대차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차는 로이터의 보도가 나간 뒤 낸 성명에서 “현대차는 어느 사업장에서도 불법 고용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면서 “내부적으로 지역 차원, 주 차원, 연방 차원의 법률을 준수하도록 모든 규정과 절차가 수립돼 있고 시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SMART 측 역시 “생산라인에서 인력이 부족할 경우 시간제 근로자를 중개하는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관계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는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데이나 화이트 현대차 북미법인 최고홍보책임자(CCO)는 “현대차는 앨라배마주에 있는 협력업체 공장에서 미성년 근로자를 고용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24일 발표했다.


HMMA와 관련한 악재가 이번에 처음 터진 것은 아니다.

앨라배마 지역방송인 WSFA12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HMMA에서 다년간 근무한 적이 있는 이베트 길키 슈포드라는 여성이 HMMA에서 근무하는 중에 인종적 및 성적 차별을 겪었다며 이 문제의 소관부처인 미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여성은 지난 2003년 HMMA에 입사한 뒤 2018년 행정업무 담당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으나 그 이후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차별을 겪었을 당시 HMMA의 임원은 총 9명으로 흑인이면서 여성인 경우는 내가 유일했다”며 이같이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악재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이같은 일들이 생각보다 파장이 약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MART와 관련된 사안의 경우 HMMA가 직접 미국인을 채용한 사례가 아니라 비록 지분을 보유했으나 협력업체와 관련된 일이라는 지적이 있고 HMMA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 역시 연봉에 대한 불만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주무당국의 최종 판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