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가 전통적인 대가족 사회에서 핵가족 중심 사회로 변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모와 자녀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즉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경우가 미국 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가 확인됐다.
◇독립 못하고 부모와 사는 밀레니얼세대, 전체의 15%
24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 전체 인구에서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010년 같은 내용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16%였던 것이 그 사이에 2%나 증가한 것. 여러 세대가 한 가정에서 같이 살던 사람들의 비율은 지난 1980년 12%까지 떨어진 적이 있지만 근자에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퓨리서치센터는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구의 수로 보면 지난 50년간 4배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다세대 가정에 속하는 미국 성인은 올해 기준으로 6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조사에서 여러 세대라는 것은 26세 이상의 성인 세대 가운데 두가지 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경우를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 더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흔히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26세에서 35세 사이의 젊은 성인층이다. 이 세대에 속한 성인 가운데 부모나 부모 이상의 세대와 함께 사는 경우가 이 세대 전체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지난 1971년 조사에서는 9%였던 것이 이제 15%로 크게 늘었다.
모든 연령에 걸쳐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현상은 늘었지만 특히 이 세대에 속한 성인 연령대에서 늘어나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 늘어난 이유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미국 사회에서 이처럼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 이유가 상당 부분이 확인된다. 한마디로 젊은 성인들의 경제적 궁핍함 때문이다.
이 세대에 속한 젊은이들의 상당수가 대학 재학 중이든 대학 졸업 이후든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비롯해 빚지는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벌이는 시원치 않은데 집값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출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독립을 하지 못하고 부모 집에서 동거하면서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 퓨리서치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히 대졸자보다 고등학교만 마친 젊은층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사례가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다세대 가정에서 사는 밀레니얼 세대의 31%가 대졸자가 아닌 것으로 나타난 반면, 대졸 이상 학력이 있는 사람은 16%로 나타나 거의 두배 차이를 보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