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이 최근 회의에서 주문한 말이다. 김 부회장은 유통명가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오늘도 롯데쇼핑 조직부터 사업 포트폴리오까지 기존과는 다른 '변화'와 '혁신'을 요구 중이다.
그리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몇 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롯데쇼핑이 올해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조직쇄신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깜짝 실적으로 유통명가 타이틀 탈환의 막을 올렸다. 지난 5일 발표된 롯데쇼핑의 연결기준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1.4%) 줄어든 7조6727억원을 기록했다. 반전은 영업이익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3% 급증했고 당기순이익은 114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2분기 실적을 따로 떼어 보면 더 놀랍다.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3조9025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882.2% 신장한 744억원으로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리오프닝 효과로 백화점 패션, 명품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신장하고 영화관을 찾는 수요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컬처웍스가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롯데쇼핑의 리오프닝 및 엔데믹 효과에 적절하게 대응했던 결과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외부 출신 경영진을 영입해 새바람을 몰고 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 사령탑이 몰고온 롯데쇼핑 흑자전환 결실…하반기 더 달린다
글로벌 유통기업 P&G 출신이자 홈플러스 대표를 역임했던 김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롯데쇼핑이 본격적인 체질개선과 함께 순혈주의를 깬 파격적 외부인사 수혈을 단행하면서 영입된 주인공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월 롯데쇼핑 사령탑에 오른 출근 첫날부터 '현장경영'에 발벗고 나서 화제를 모았다.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몸소 전국 매장을 돌며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는가 하면 오랜 기간 정체된 수직적 조직문화를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김 부회장의 리더십 성과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계열사별 체질개선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다. 와인 특화 매장인 '보틀벙커'와 창고형 할인 매장 '맥스'를 등이 대표적이다. 백화점도 단계적 리뉴얼을 통한 효과를 보고 있다.
또 롯데쇼핑 내 11개 계열사가 원팀이 되어 시너지를 내도록 조직 역량도 개선하고 있다. 여러 유통 채널을 지닌 만큼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공동 소싱 등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보에 증권가에서는 체질개선 효과와 인적 쇄신 성과가 2분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반기 롯데쇼핑에 더 많은 혁신과 변화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기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미래성장 로드맵 도출에 집중하며 이를 위한 포트폴리오 혁신도 예고한 상태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회의 때마다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는 만큼 앞으로도 조직문화에서부터 사업부적 체질, 나아가서는 포트폴리오에 대한 혁신이 꾸준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 전망도 밝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 반등세는 하반기에 더욱 강할 것"이라며 "롯데쇼핑은 올해 연간 순이익이 반등하는 첫 해로 강하게 반등하는 롯데시네마의 실적 기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가능성 등이 긍정적인 모멘템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