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향료나 고급 원료로 만들어지는 니치 향수는 가격이 10만~40만원대(50~100㎖)에 달하는 프리미엄 향수입니다. 니치 향수는 고가임에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LF가 운영하는 뷰티 브랜드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의 니치 향수도 지난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0% 증가했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4년 스웨덴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를 들인 것을 기점으로 니치 향수 사업에 일찍이 나섰습니다. LF도 지난 2016년부터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의 니치 향수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니치 향수 시장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두드러졌습니다. 샤넬,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 립스틱으로 꾸미던 사람들이 색조 화장품 대신 향수로 멋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향수는 치장할 때 마무리 단계에서 선택하는 아이템이었지만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것이죠.
향수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은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점차 차별화된 향을 찾았습니다. 일상에 쓰는 제품을 사용하는 김에 이왕이면 좋은 걸 쓰자는 '스몰 럭셔리(화장품 등 작은 제품에 사치를 부리는 것)' 성향까지 맞물리면서 고가인 동시에 향히 흔하지 않은 니치 향수가 MZ세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더군다나 향수는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서 향을 맡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분이 전환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 단어가 등장했던 시기에 니치 향수가 기분 전환을 시켜주는 '나를 위한 소비' 수단이 된 셈입니다.
패션업계는 니치 향수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등 니치 향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섬은 올해 니치 향수 브랜드 리퀴드 퍼퓸바를 선보였는데요. 2분기에 리퀴드 퍼퓸바 론칭 등 신규 사업에 판관비 1828억원을 들였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한 수준입니다. 한섬의 니치 향수 시장 진출은 화장품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 일환이기도 합니다.
국내 니치 향수 시장에서 선제적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니치 향수를 선호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플랫폼 에스아이뷰티를 론칭한 후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는 백화점에 바이레도 매장을 5개 입점할 예정입니다.
LF도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 니치 향수가 인기를 끌자 올해부터 니치 향수 브랜드 조보이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달 말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조보이 매장을 열고, 연내로 백화점에 브랜드 매장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 2013년 4400억원 규모였던 국내 향수 시장이 2019년 6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하는데요. 이는 36% 증가한 수준입니다. 오는 2023년에는 6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중 프리미엄 향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일 것으로 보입니다.
리오프닝으로 색조 화장품 소비가 다시 살아났지만 니치 향수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패션업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니치 향수 시장이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합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