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 첫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 카카오게임즈 경영진의 '우마무스메' 운영 방식을 성토하며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간담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하는 트럭이 나타났다.
마차 시위가 열렸던 29일, 이용자 대표가 카카오게임즈 사옥을 찾아 300여 명의 뜻을 모은 성명문을 전달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우마무스메'에 사용한 현금을 환불해달라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에 동참한 이용자들의 누적 과금액은 총합 7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을 맡아 지난해 2월 선보인 게임이다. 국내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아 올 6월 출시됐다. 출시 후 국내 양대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히트작이다.
그러나 지난 달 20일,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일본 서버 대비 짧은 한정 이벤트 기간, 늦어지는 중요 이벤트 공지, 부족한 무료 재화 이벤트와 공급량, 현지 느낌을 살리지 못한 번역 등을 문제 삼으며 '평점 테러'에 나섰다. 이에 4점대에 머무르던 플레이스토어 평점이 1점대로 급락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음날 "이용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는 사과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으나, 다음날 '챔피언스 미팅'을 불과 일주일 후인 29일 개시한다고 공지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챔피언스 미팅은 이용자 간 경쟁(PvP) 요소가 있는 핵심 콘텐츠로, 일본에선 통상적으로 업데이트 3주 전부터 해당 내용을 발표해왔다. 이로 인해 이용자들은 커뮤니티에서 마차·트럭 시위를 위한 모금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집단 행동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다음날 "29일 진행될 예정이었던 챔피언스 미팅을 다음달 4일로 연기하며 향후에는 최소 2주 전에 사전 안내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2차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실무자·경영진이 직접 나서 해명·사죄할 것 △소통 강화를 위한 간담회 개최 등을 요구하며 마차 시위 등을 강행했다.
게임업계 트럭 시위의 시초는 지난해 초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용자들이 주도했던 시위로 알려져 있다. 해당 시위의 타깃이었던 넷마블은 물론 넥슨·엔씨소프트·스마일게이트·그라비티 등도 트럭 시위를 겪었고 상당수가 사측과 이용자 대표들 사이 간담회로 이어졌다. 카카오게임즈 또한 지난해 말 '가디언 테일즈'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를 접한 바 있다.
이번 '우마무스메' 사태에 관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카카오 모빌리티 논란, 게임계에서 계속됐던 트럭 시위 등의 전례가 있었음에도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카카오 그룹 전체가 위기 대응에 관한 조직 학습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과거 소비자분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그는 "냉정하게 봤을 때 집단 환불 소송에서 이용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소송이 일어난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손상이 갈 수 있는 만큼 조기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 개선된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