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방역이어 자율주행 제동… 美 캘리포니아주, 테슬라와 '깊어진 악연'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악연이 깊어진 끝에 향후 테슬라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캘리포니아주와 테슬라의 첫 악연은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공장에 대한 방역 조치를 놓고 캘리포니아주 당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이 코로나 방역 조치로 프리몬트 공장의 조업을 금지한 것을 두고 '파쇼'에 가까운 일방적인 조치라며 차라리 텍사스주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실제로 지난 2003년 테슬라가 창업하면서 둥지를 튼 캘리포니아주의 본사를 지난해 12월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이전시켰다.

두 번째 악연은 캘리포니아 교통당국이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된 자율주행 기술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자율주행 기술로 보기에는 아직 크게 부족한데도 기술력을 실제보다 과장해 소비자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
급기야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이라는 표현 자체를 아예 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마련돼 테슬라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뉴섬 주지사 서명만 마치면 법률로 발효

1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현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책상에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이 올라 있다.

이 법안은 앞서 캘리포니아주 상원에서 지난달 30일 가결한 것으로 ‘FSD’라는 명칭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뉴섬 주지사가 서명하면 법률로 발효되는 최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 법안은 테슬라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테슬라를 겨냥한 입법 조치다.

이 법안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의 리나 곤잘레스 캘리포니아주 상원 교통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GM, 포드자동차, BMW 등 자사 전기차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말해 이 법안이 테슬라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곤잘레스 위원장은 “FSD는 실제로는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이 아님에도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면서 “적어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완전한 자율주행 기술 때문에 사람이 죽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며 이 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법안은 아직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관련업계에서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FSD라는 명칭을 쓰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과장해 광고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를 규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섬 주지사가 서명을 마치고 나면 이 법의 시행은 이미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과장돼 알려졌다면서 테슬라에 선전포고를 한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DMV)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의 통과는 테슬라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머스크 CEO가 사상 최대 규모의 차세대 우주선으로 개발한 스타십을 지구 궤도에 성공적으로 쏘아올리는 것과 FSD 시스템을 널리 보급시키는 것이 올해 최대 목표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테슬라의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앞서 DMV는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허위광고를 한 혐의로 지난달 6일 테슬라를 관계당국에 고발한 바 있다.

DMV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FSD 시스템은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의 차량 주행을 도와주는 보조 장치에 불과한데도 테슬라는 이 시스템들이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오해하게 만들거나 과장해왔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오토파일럿과 FSD 시스템을 장착한 테슬라 전기차는 아직 명실상부한 자율주행차가 아니라는 것.

그 뒤 한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의회 차원에서도 전광석화처럼 테슬라의 핵심 사업에 치명타를 가할 조치를 내놓은 셈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테슬라의 FSD 기술을 엄격한 의미의 자율주행 기술로 인정할 수 있느냐 여부.

테슬라 측은 오토파일럿 기능을 이용하면 정해진 차선 안에서 자동으로 핸들을 움직이고 가속하고 감속하는 것이 가능하며 FSD 기능을 사용하면 차선을 자동으로 바꾸는 것까지 가능하고 신호등을 인식해 알아서 정지하는 것도 가능하고 설명해왔다. 테슬라는 이들은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운전자가 개입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력을 평가하는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이 정한 등급 분류에 따르면 아직 베타 테스트 중인 테슬라의 FSD 기술은 총 5등급 가운데 ‘2등급’으로 평가된다. 이는 일정한 조건에서 운전자를 주행을 보조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항상 필요한 수준으로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들의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자동차로 바뀌는 단계는 3등급부터이고 5단계가 돼야 운전자가 완전히 필요 없는 명실상부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간주된다.

갈 길이 아직 멀기 때문에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을 오해하게 할 수 있고 과장 광고라는 것이 DMV의 입장이고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이에 가세하고 나선 셈이다.

머스크 자신도 지난해 12월 올린 트윗에서 “일반화된 자율주행은 인공지능(AI)이라는 큰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