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인공지능(AI)용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중단하라고 통보하자 중국은 '기술 패권주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은 비단 반도체뿐 아니라 전 첨단 기술 분야에 걸쳐 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백악관과 미 의회는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이 투자 전후에 그 내용을 미국 정부 당국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새 입법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이 법안에는 미국 정부가 사전 심의를 통해 미국 기업의 중국에 대한 투자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미 언론이 전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중국 투자 제한을 위한 세부 지침도 곧 마련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 시행을 서두르기 위해 조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 위원회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는다.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28나노(나노미터·1㎚는 100만분의 1㎜) 미만은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한 기준은 상무부가 별도로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첨단 기술이 중국에 이전되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앞으로 미국 기업의 중국에 대한 기술 판매와 투자를 제한한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대결로 미국이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고 미국 투자 은행 제프리스가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의 반도체 교류를 전면적으로 차단하기보다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특정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막으려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최대 통신 장비 기업 화웨이, 반도체 기업 SMIC 등이 그 대표적인 기업이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용 반도체 수출 금지는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등 거대 첨단 기술 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인기 동영상 앱 틱톡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6월 애플과 구글에 중국 당국이 사용자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앱 스토어에서 틱톡을 없애라고 요청했다. 브렌던 카 FCC 커미셔너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구글 모기업)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중국 회사인 틱톡에 대한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
미국과 중국 간 대립 속에 애플과 구글이 중국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인다. 애플은 7일(현지 시간), 구글은 내달 중 각각 새로운 스마트폰인 아이폰14와 픽셀7을 공개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새 스마트폰을 과거와 달리 중국 밖에서 모두 생산했다. 애플은 베트남에서 아이패드를 생산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올해 게임기 엑스박스를 베트남에서 만들었다. 아마존은 인도 첸나이에서 파이어TV 기기를 생산한다. 이들 빅테크는 몇 년 전까지 모두 이들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