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에서 주로 쓰이는 논리적 오류의 한가지다. 어떤 사소한 일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아주 심각한 일까지 허용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그러나 구독 서비스의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돈을 쓰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와 주목된다. 거꾸로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구독 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창출 모델임이 입증된 셈이다.
◇구독서비스 때문에 월평균 18만원 과다 지출
6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처음으로 내놓은 곳은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C+R 리서치.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22일까지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C+R 리서치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월단위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지출 규모를 결과적으로 잘못 추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 때문에 매달 지출하는 돈을 점검한 결과 당초 생각한 것보다 평균 133달러(약 18만4000원)를 더 쓰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댓가로 당초 예상한 월지출 규모는 86달러(약 11만9000원)였는데 실제로 쓴 돈은 219달러(약 30만4000원)였다는 것. 구독 서비스 때문에 당초 예상한 것보다 2.5배 정도 매달 쓰는 돈이 늘었다는 뜻이다.
100달러(약 13만9000원) 이상 월지출 규모를 잘못 추산했다고 밝힌 응답자가 54%에 달한 가운데 200달러(약 27만8000원) 이상 격차가 났다고 밝힌 응답자도 24%나 됐다.
◇구독서비스의 급성장과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
CNBC는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배경에 대해 “구독 서비스가 일상생활 곳곳에 파고들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구독 서비스로 인한 지출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으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관련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국 소비자는 일인당 평균 12개 서비스를 구독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는 더 늘어나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평균 17가지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12개 이상이나 되는 구독 서비스를 매달 이용하는 과정에서 지출이 과하지 않도록 소비자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미국 재무설계업체 본파이드웰스의 더글러스 본파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끄러운 비탈길의 오류가 구독 서비스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라면서 “매달 자동적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매달 꼼꼼하게 지출 규모를 점검하지 않는 한 이 오류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독 서비스로 인한 지출을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는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무려 42%가 “구독 서비스 때문에 돈이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고 밝힌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응답자들이 요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던 구독 서비스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휴대폰 요금이 37%로 으뜸을 차지했고 인터넷 관련 요금이 30%로 2위, TV나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이 22%로 3위를 기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