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에 속한 판매점 또는 대리점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딜러, 즉 제조업체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사업자인 자동차 중개상들이 제조업체들로부터 차를 구매한 뒤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라서다.
공급이 부족한 차량이나 잘 나가는 차량의 경우 딜러업체에서 웃돈을 주고 사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다. 반대로 수요나 인기가 없는 차량이면 MSRP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여지도 동시에 있다. 다만 웃돈이 발생하는 흥정이 가능하다고 해서 웃돈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차를 사는 일이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워지면서 웃돈을 줘야 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일반화되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미국 자동차 유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랜드로버 평균가 1억3500만→웃돈 530만, 기아 평균가 5200만→웃돈 300만
2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처럼 새로운 흐름 속에서 그동안 웃돈을 주고 사는 대상에서 사실상 예외였던 한국차도 웃돈을 줘야만 살 수 있는 새로운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나 기아차나 그 자체가 높은 가성비를 자랑하는 브랜드로 유명하기 때문에 웃돈까지 주고 살 일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인데 CNN은 특히 기아차의 경우 미국에서 MSRP보다 크게 높은 돈을 줘야만 구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대변신을 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CNN은 자동차거래 플랫폼 에드먼즈닷컴의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해 기아 브랜드에 속한 차량의 판매가격이 MSRP보다 평균 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CNN은 “이는 현대와 혼다는 물론 웃돈이 많이 붙는 고급차 브랜드인 랜드로버의 판매가격이 MSRP 대비 4% 높게 형성된 것보다 높은 수준”이라면서 “가성비 브랜드로만 널리 알려졌던 기아차가 최근 들어 웃돈이 가장 많이 붙는 브랜드로 대변신했다”고 해석했다.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금액으로만 따지면 랜드로버 브랜드가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평균 가격은 9만4000달러(약 1억3500만원)로 MSRP보다 평균 3686달러(약 530만원) 높아 으뜸을 차지했다.
그러나 CNN은 “기아차의 판매가격은 MSRP 대비 2183달러(약 300만원)로 랜드로버에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으나 평균 판매가격이 3만6000달러(약 5200만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아차의 웃돈이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자동차 가운데 가장 많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웨이저 기아차 미국법인 마케팅 부사장 “가격보다 디자인과 품질 내세운 마케팅”
기아차에 붙는 웃돈이 미국 판매시장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은 미국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기아 브랜드의 이미지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CNN은 기아차에 붙는 웃돈이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제값을 충분히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먼저 꼽았다.
에드먼즈닷컴의 이반 드루리 애널리스트는 “다른 차보다 많이 지금 웃돈을 주고 사더라도 기아 브랜드는 나중에 제값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저렴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기아 측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러셀 웨이저 기아차 미국법인 마케팅 부사장은 최근 CNN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아는 그동안 저럼하니까 쓸만한 브랜드라는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제값을 하는 브랜드 이상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라는 점을 알리는 노력에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마케팅에서 탈피해 디자인과 브랜드가 자체의 장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호소하는, 디자인과 품질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혁신했다는 것.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