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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쿡 애플 CEO가 '메타버스'란 표현 안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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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쿡 애플 CEO가 '메타버스'란 표현 안쓰는 이유

네덜란드 RTL뉴스의 팀 쿡 애플 CEO 단독 인터뷰 기사. 사진=RTL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네덜란드 RTL뉴스의 팀 쿡 애플 CEO 단독 인터뷰 기사. 사진=RTL뉴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가 상호를 메타플랫폼으로 변경하면서 새 비전으로 야심차게 발표한 ‘메타버스’ 전략. 메타버스란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이 가능한 3차원의 가상공간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주로 쓰인다.

글로벌 대기업 메타가 이를 회사의 명운을 건 사업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처음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현실을 방불케 하는 게임 환경 구현을 추구해온 게임업계와 게이머를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아직은 뚜렷이 정립된 개념이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개념인데다 저커버그가 막대한 투자액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뜬구름 잡는 사업’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을 경영하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도 이같은 비판론에 매우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U)을 지원하는 제품을 개발해놓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메타플랫폼스와 메타버스 시장에서 이미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쿡 CEO는 메타버스란 표현 자체를 기피, 저커버그 CEO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를 쿡 CEO가 최근 네덜란드 언론과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다.

◇쿡 CEO “메타버스 이해하는 사람 많지 않을 것”


1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쿡 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RTL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주목할 대목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대해 그가 품고 있는 생각을 드러낸 점이다.

그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이 IT업계를 중심으로 최근 유행을 타기 시작했지만 이같은 흐름에 편승하는데 애플은 부정적인 입장이라면서 여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쿡 CEO는 “(뭐가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게 무엇인지부터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나의 지론”이라면서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보통사람들이 현재 메타버스의 개념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메타플랫폼스가 메타버스를 가장 먼저 공략하면서 상당수 IT 업체들이 메타버스 사업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부터 벌이는,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실제로 애플이 지금가지 메타버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 7월 진행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단 한차례 메타버스라는 말을 쓴 것이 전부”라면서 “IT 업계 자체에서도 메타버스를 현실에서 존재하는 상품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에 불과한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 CEO와 쿡 CEO의 대조적인 행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쿡 CEO의 이같은 입장은 메타버스 전도사를 자처하며 메타버스 사업에 이미 올인하고 있는 저커버그 CEO와 매우 대조적인 행보라고 지적했다.

저커버그가 지난해 10월 상호를 페이스북에서 메타플랫폼스로 전격 변경하고 메타버스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뒤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사업에 쏟아붓겠다고 밝힌 투자액만 100억달러(약 14조4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저커버그가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쿡은 AR 및 VR 헤드셋 제품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쿡 CEO는 RTL뉴스와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와 가상현실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현실은 메타버스에 비해 비교적 명확하게 정립된 개념이고 실제로 제품화할 필요가 있는 개념”이라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용한다면 필요할 경우 가상현실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품 정도는 쓸모가 있겠지만 현실세계를 가상현실로 아예 대체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쿡은 “VR 헤드셋 같은 제품도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하는 제품이지 이 제품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렇게 되는 것을 내가 반대한다는 뜻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게 내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AR이나 VR 헤드셋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지 저커버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현실세계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적용 범위가 매우 폭넓은 제품은 될 수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