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양방향 전기차 충전(V2G)’ 기술로만 가동되는 호텔이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운영된다. 호텔의 이름은 ‘현대 호텔’다. 현대자동차가 지은 호텔이기 때문이다.
V2G는 vehicle-to-grid의 약칭으로 전기의 생산, 운반, 소비 과정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전력망시스템의 일종이다.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의 전력을 건물을 비롯한 외부로 끌어다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즉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현대차는 V2G 기술을 구현하는데 핵심적으로 필요한 장치인 양방향 충전기를 지난 2017년 개발한 이 분야의 선두업체다.
◇오는 19일부터 3주간 임시 운영
6일(현지시간)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현대차는 영국 수도 런던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잉글랜드 에식스주 전원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전력으로만 가동되는 콘셉트 호텔을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3주 동안 운영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영화관까지 갖춘 이 호텔은 임시로 운영되는 호텔이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만 이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영국인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온라인 예약 접수에 들어갔다. 19일까지 접수를 받은 뒤 당첨자를 추려내 14박 15일간 이 호텔에서 묵을 수 있는 숙박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이 콘셉트 호텔을 시험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이유는 인플레이션 여파로 최근 영국 사회에서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바람이 불고 있는 점에 주목한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호캉스’라는 표현이 더 일반적이지만 스테이케이션이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의 제약이 커진데다 최근에는 물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당일치기가 가능한 근거리에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말한다.
실제로 현대차가 현대 호텔을 짓기로 결정하기 전에 영국 여행 마니아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응답자의 55% 인플레이션 여파로 앞으로 여행 가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V2L 기반한 현대 아이오닉5 투입
물론 현대차가 이 콘셉트 호텔을 시범 운영하기로 한 가장 큰 목적은 전기차 배터리 전력으로만 호텔을 가동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는데 있다.
최고급 객실과 식당에 들어가는 전기에서부터 극장을 가동하는데 들어가는 전기까지 이 호텔에 속한 모든 시설에 필요한 전기를 현대가 만든 전기차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자사가 개발한 V2L 충전기가 탑재된 아이오닉5을 이 호텔에 투입한다.
현대차 계열의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7년 V2G 기술의 핵심인 양방향 전기 충전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데 이어 현대차도 지난 2020년 전기차 배터리의 전력을 건물에 끌어다 쓸 수 있는 V2L(vehicle-to-load)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V2L 기술은 V2G 기술을 발전시킨 것으로 전기차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전기 단가가 낮은 야간에 충전을 한 뒤 전기 단가가 올라가는 다음날 낮에 차량에 충전돼 있는 전기를 되파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 최첨단 기술이다.
앞서 현대차는 네덜란드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위드라이브솔라(We Drive Solar)와 함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 카르테시우스 뉴타운 지구를 세계 최초의 양방향 충전 주거단지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지난 4월 밝힌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