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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국의 ‘모병제’가 흔들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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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국의 ‘모병제’가 흔들리는 이유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미 해병대 신병교육소에서 막 입대한 신병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미해병대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미 해병대 신병교육소에서 막 입대한 신병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미해병대

‘인플레이션 때문에 군장병의 사기가 꺾여서는 안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국방부에 특별한 지시를 내리며 한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오스틴 장관은 최근의 물가 급등세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군 장병과 가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장병 급여 인상 △주택수당 인상 △기본수당 지급 △부대내 매점 판매가격 인하 △군인 자녀 돌봄 및 군인 배우자 취업 지원 확대 등 많은 내용을 담은 대책을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미 국방부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부문의 기업들이 군 장병에 비해 유리한 처우를 제시하고 있는 등의 이유로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신병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6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군인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신체검사조찬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신체상 결격이 이는 젊은이가 위험 수준으로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인대란이 민간부문에서 심각한 문제로 이미 대두됐지만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 군대가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 이상의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신병 모집이 어려운 이유가 미국 젊은이들의 건강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것은 모병제에 기반해 세계 1위 군사력을 유지해온 미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검사 불합격 주요 이유…비만, 술‧마약 중독, 건강상 문제 등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올해 충원할 계획이었던 신병 가운데 무려 25%, 숫자로는 1만5000명을 현재 모집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군 전반에 걸쳐 모병에 차질이 빚어진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Z세대와 겹치는 모집 대상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됐다.

미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이 필요하다. 고졸 학력이 필수이고 ​수학, 미국사, 언어 등에 관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큰 수술을 받은 기록과 범죄 기록이 없어야 한다. 손, 목, 얼굴 등에 문신이 있어도 지원 자격이 없다. 나이 제한도 있어서 18~35세 사이여야 한다. 무엇보다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이 현재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신체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군 입대 지원자가 늘어난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에 지원할 자격이 있는 연령에 속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무려 77%가 신체검사를 통과할 수 없는 결격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미 국방부가 지난해 조사했을 때 확인된 비율보다 6%가 증가한 수준이다.

결격 사유는 다양하지만 이번 보고서의 내용 가운데 충격적인 대목은 주로 비만, 술과 마약 중독, 정신 및 신체건강의 문제 등이 신체검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주된 문제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신체검사에 불합격할 것으로 파악된 77% 가운데 비만에 해당하는 젊은이가 11%, 술 및 마약 중독에 해당하는 젊은이가 8%, 기타 정신 및 신체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젊은이가 4%로 각각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신 문제


특히 비만 문제가 신병 모집 차질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존스홉킨스병원이 지난해 조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9세에서 25세 사이의 미국 젋은이 가운데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56%에 달하는 등 해가 바뀔수록 증가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군에 지원할 의사가 있어도 문신 때문에 지원을 포기하는 지원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규정상 군 지원을 제한하는 문신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빚어진 혼선도 문신이 있는 지원자의 군입대를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육군도 문신 문제가 신병 모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문신의 길이가 1인치를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신병 지원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6월 밝힌 바 있다.

미 육군 대변인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얼굴에 문신이 있는 경우에는 지원 자격이 없지만 옷을 입었을 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준이라면 입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