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지난달 사상 최대의 감세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 정책 발표 후 파운드화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거의 패리티(통화의 1:1 교환)까지 도달했다. 영국 국채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영국 통계청(ONS)이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영국 국내총생산(GDP)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이 1.6% 감소해 약세가 두드러졌다.
영란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 사외자문위원이었던 아담 포젠은 2017년 "영국은 브렉시트로 인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 더 낮은 구매력, 더 약한 파운드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포젠의 예측은 일부 사실이 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로 영국의 무역, 국방, 이민 등의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말한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무역과 금융 부분에서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글로벌 금융사들이 영국에서 이전하면서 글로벌 금융 중심지라는 국제적 위상을 잃었다.
브렉시트 이후 찾아온 코로나19도 큰 문제였다. 브렉시트로 경제에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다가온 팬데믹은 2020년 영국의 GDP를 9.8% 하락시키고 GDP대비 정부 부채를 95.9% 급등시켰다. 영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정부부채도 이번 경제위기에 기여했다. 영국은 대외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순채무국으로 달러 강세와 파운드화 약세로 부채 부담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세정책이 영국 경제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브렉시트로 약화된 영국 경제를 뒤흔든 '트리거'라고 분석했다.
금융 서비스 회사 이버리(Ebury)의 거래 책임자인 잭 시렛은 12일 무역 보고서 발표 이후 "브렉시트 이후 무역 마찰, 무역 파트너들의 부진한 수요 및 다가오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영국 수출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높은 에너지 비용, 낮은 제조업 비중, 가파르게 오른 부동산 모기지 이자율, 파운드 변동성은 영국 경제의 위험으로 남아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