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 인해 형제자매나 사촌 등 가까운 친지와 지인의 '은밀한 취향'을 알게 됐다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남들 몰래 특정 연예인이나 만화·게임 속 캐릭터에 대한 노골적 애정을 드러내거나 이른바 '중2병'이라 불리는, 허세가 가득한 낯 뜨거운 문구와 이미지로 채워진 프로필들은 곧 '짤방'이 되어 유행했다.
한 미혼 여성은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귀던 기혼 남성하고만 공유하던 프로필이 공개돼 불륜 사실이 들통나게 생겼다"는 글을 게재해 화제가 됐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신의 잘못에는 눈을 돌린 채 "이혼당하면 카카오톡을 고소할 것"이라고 주장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터넷은 강한 확장성을 띈 생태계다. 인터넷상에서 자기가 남긴 것들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이들에게 퍼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꽁꽁 숨기려 해도 이번 카카오톡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또는 이용자 본인이나 서비스 제공자의 실수, 어쩌면 해킹 등을 통한 정보유출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외부에 공개될 수 있다.
카카오 서비스 대란 중 멀티프로필이 공개된 해프닝 중에 일부 네티즌들이 보인 추태는 약 200년 전, 조선의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남긴 다음과 같은 글귀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남긴 글이 거리 한복판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 보더라도 내가 해를 당하지 않을 것인가, 또 수백 년 후까지 전해져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당하지 않을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